역사적인 남북 아이스하키대결…빙판 녹인 감동의 '통일 염원'

입력 2017-04-06 23:47
역사적인 남북 아이스하키대결…빙판 녹인 감동의 '통일 염원'

5천800명 "우리는 하나·통일조국" 응원…승자도·패자도 없었던 축제

(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역사적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대결이 열리는 6일 오후 강원 강릉하키센터.



강릉하키센터 밖은 입장이 가능한 오후 7시가 가까워져 오자 남북 태극낭자 맞대결을 보기 위한 시민들이 몰려 긴 줄이 늘어섰다.

머리가 성성한 중년이 대부분으로 중간중간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온 가족이나 젊은 커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진치국(71·강릉) 씨는 "남북 대결을 떠나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화합된 민족통일을 기원하고자 아내, 지인들과 함께 찾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찾은 김모(39·여·강릉) 씨도 "아이들에게 남북 선수들을 함께 응원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벚꽃 구경도 할 겸 경기를 보러 왔다"며 재미있는 경기를 기대했다.



경기장 입구에 마련된 막대풍선과 야광봉, LED 머리띠 등 응원 도구는 금방 동났다.

어린이들은 한쪽 뺨에는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스티커를 붙이고, 반대쪽 뺨에는 동물이나 국기 그림을 그리는 등 페이스 페인팅을 하며 즐거워했다.

8시가 되자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가 주도해 구성한 남북공동응원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한반도를 새긴 흰색 티셔츠를 입은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펄럭이며 경기장 한쪽 편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한반도기와 막대풍선을 든 채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응원 리더의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 등 구호에 맞춰 목청껏 소리치며 연습해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경기를 찾은 관중은 5천800여 명. 남북 태극낭자 맞대결을 향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관중석은 1층은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웠고, 2층 좌석도 대부분 메워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국회 평창동계올림픽지원 특별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20여 명도 경기장을 찾아 함께 소리치며 힘을 보탰다.

이윽고 9시가 되고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빙판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응원단을 비롯한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응원단은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통일조국"을 외치고 '반갑습니다', '우리는 하나'를 불렀다.

어느 팀이 공격하든 관중석에서는 "잘한다", "힘을 내라"는 응원구호가 터져 나왔고, 퍽이 아쉽게 골문을 벗어나거나 선수들이 넘어질 때는 탄식이 쏟아졌다.



응원단이 큰 목소리로 응원을 주도했고, 2피리어드가 되자 관중들이 스스로 "대한민국"을 소리쳐 외치고,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등 경기장은 축제장으로 변했다.

한국팀이 1피리어드에 두 골을 몰아치며 경기가 일찌감치 기우는듯했으나 "우리는 하나다", "잘한다 코리아"라는 외침은 더 커졌다.

경기는 치열한 접전 끝에 한국 팀이 북한 팀을 3대 0으로 이겼으나, 관중들에게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완전히 퇴장할 때까지 한반도기를 흔들고, 쉰 목소리가 될 때까지 응원하며 역사적인 대결을 선사한 남북 태극낭자들 기를 살렸다.



남북 선수들도 관중들 앞에 일렬로 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이날 남북공동응원단에는 종교계, 개성공단 기업인 및 금강산기업인회 임원들이 합류하는 등 가장 많은 응원단이 결집했다.

정기섭(65)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가 남북 대화를 재개하는 작은 실마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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