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항암제' 글리벡…한국서 퇴출되는 첫 신약 되나

입력 2017-04-08 08:00
수정 2017-04-08 08:29
'기적의 항암제' 글리벡…한국서 퇴출되는 첫 신약 되나

환자 피해 우려 vs 예외없는 리베이트 처벌 주장 맞서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전 세계에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며 항암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 온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한국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 약을 국내에 들여온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이 건강보험 급여정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대체약이 있다면 굳이 비싼 비급여 의약품을 처방할 이유가 없으므로 처방과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건보급여 정지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품목 삭제와 퇴출에 버금가는 치명상이어서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이 약을 계속 쓰려는 환자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약의 건보 급여가 정지되면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글리벡의 퇴출을 우려해 관대한 처분을 요청하는 환자 단체의 입장과 법 적용에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는 원칙론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최근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글리벡에 대한 행정처분을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재 복지부는 글리벡을 포함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노바티스의 의약품 17개 제품에 대해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따라 보험급여를 정지할지, 과징금으로 대체할지를 놓고 외부 전문가 의견을 조회·수렴하는 중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리베이트로 물의를 빚은 의약품에 대해 리베이트 액수에 비례해 1년 범위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하는 제도다. 같은 약이 5년 이내에 다시 정지 대상이 되면 가중 처분하거나 급여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한다.

앞서 노바티스는 학술행사 지원 등을 명목으로 의사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2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같은 해 8월 전·현직 임원 등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만약 복지부가 글리벡 등에 급여정지 처분을 강행하면 '리베이트 투아웃제' 적용으로 급여가 정지되는 첫 사례가 된다.

백혈병환우회는 급여정지가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는 입장이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회장은 "급여가 정지될 경우 기존 환자들은 매달 200만원 이상의 약값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노바티스의 잘못으로 수천 명의 죄 없는 환자가 피해를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글리벡의 복제약과 대체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처벌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리벡의 복제약이 30여개 가까이 나와 있고 백혈병 치료를 위한 또 다른 신약도 있는 상황에서 예외를 인정한다면 법의 존재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노바티스 행정처분은 급여정지를 원칙으로 하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원칙은 급여정지이지만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 중"이라며 "현재 전문가 의견을 조회 중이며 최대한 빨리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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