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국책은행 '독박' 구조조정 어렵다"…당정 협의체 제안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산업은행이 정부·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당정 구조조정 협의체' 도입을 제안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근로자·금융권 등 이해 관계자들의 고통 분담이 적시에 공평하게 되지 않아 구조조정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정부와 함께 구조조정 추진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주요 기업의 처리방향을 협의하면 더 원활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업부채 부실 규모 및 손실 예상 추정' 세미나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공동으로 구조조정과 관련한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물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협의체 도입을 제안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손실 분담이다.
대우조선의 경우에도 금융당국은 ▲노동조합의 임금 삭감 ▲시중은행의 채무 재조정 합의 ▲회사채 투자자의 채무 재조정 합의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 분담을 요구했으나 진통을 겪고 있다.
정 부행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가 경영권과 외형에 집착하면서 '대마불사' 논리로 금융권 지원만 요구하는 손실 회피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주주가 그룹 지배권 유지에 집착하면서 구조조정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회사의 부실이 확대된다"며 "부실 확대로 경영권이 박탈되면 경영 부실에 대한 반성과 자성보다는 채권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등 채권단의 경우 손실을 우려해 신규자금 지원을 회피하고, 결국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비용 대부분을 분담하는 게 지금의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 부행장은 "사회와 국가적 비용을 국책은행이 부담해야 할 경우 면책 등 제도적 기반뿐만 아니라 자본 확충 등 경제적 지원 여부를 당정 협의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선 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PEF) 등 충분한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이동훈 금융위 기업구조개선과장도 시장 친화적인 구조조정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시장을 활용한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과 인프라가 새롭게 재구축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금융위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의 보수적 행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정부는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을 어떻게 부어줄 것인지를 중심으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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