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른팔' 배넌, 쿠슈너와 갈등으로 NSC서 축출"
폴리티코 "웨스트윙, 포퓰리스트와 민주주의자 간 싸움 진행 중"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온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 배제된 데는 백악관 내 또다른 실력자로 그와 갈등을 빚어온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반이민 행정명령과 건강보험개혁 등 트럼프 행정부 초기 정책 실패를 통해 입지가 약화된 배넌이 결국 NSC로부터도 밀려난 데는 쿠슈너가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부터 포퓰리즘을 앞세워 관료체제의 해체 등 과격한 개혁을 주장해온 배넌과 보다 전문관료적인 행정 접근 방식을 내세운 쿠슈너가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는 것.
쿠슈너는 최근 측근들에 배넌의 국수주의적 어젠다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해가 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트럼프의 최악의 단점들이 노출되고 있다고 불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폴리티코에 "국수주의자들과 '웨스트윙 민주주의자'들 간의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트윙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행정동을 지칭한다.
배넌은 또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으로 쿠슈너와 가까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NEC)위원장과도 불화를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배넌과 거리를 두면서 독자 라인을 걷고 있다. 지난달 건강보험개혁과 관련해 공화당 내 보수파들에 통첩을 보내려는 배넌의 계획이 역풍을 맞자 수습을 위해 펜스 부통령이 급거 의회로 파견되기도 했다.
배넌은 그러나 NSC 배제에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웨스트윙 내 권한 행사에 적극적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배넌은 오히려 이번 주 초 자신이 NSC로부터 배제되면 현직을 사임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넌이 NSC로부터 밀려난 데 대해 배넌 지지세력의 '옹호'도 만만치 않다.
백악관 내 그의 동조 세력들은 언론 등에 배넌이 당초부터 NSC에 단지 몇 개월만 머물려던 계획이었으며 그것도 마이크 플린 안보보좌관을 감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배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수전 라이스(버락 오바마 행정부 NSC 보좌관)가 NSC를 '작전화'했으나 맥매스터 보좌관이 NSC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렸다"고 주장했다. '작전화'가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작전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자신이 뭘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플린 보좌관이 사임하면서 후임자로 임명된 맥매스터 장군은 곧바로 플린이 발탁한 NSC 요원들에 대한 숙정에 착수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쿠슈너 보다는 배넌과 가까운 인물들이었다.
이번 주말 열리는 트럼프와 시진핑 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은 배넌과 쿠슈너 양자의 또 다른 어젠다 경쟁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선거 기간 내세웠던 보호무역 주장과 중국의 무역정책 조작으로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논리는 상당 부분 배넌의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것이다.
반면 쿠슈너는 백악관과 중국 대표단 간의 연락책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열리는 미-중간 주요 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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