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스트롱맨들의 담판'…미중정상회담 날 밝았다(종합)
북핵·무역·남중국해 3대 안건…韓사드 보복 논의 주목
트럼프 창과 시진핑 방패…예측불가 공격 vs 치밀한 방어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좌의 날이 밝았다.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보호무역·반(反)이민정책 등으로 기존 질서를 뒤흔들어온 트럼프 대통령과 '1인 체제'라는 절대권력을 구축해가는 시 주석의 6일 만남에 '세기의 정상회담'이란 수식어까지 붙었다.
미·중 현안인 무역 불균형·환율갈등·북핵문제·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의 협의 결과가 동북아는 물론 세계질서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어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퍼스트레이디 간의 만남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중국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은둔의 퍼스트레이디로 통하는 멜라니아 여사의 회동도 볼거리다.
4일부터 핀란드를 국빈 방문했던 시진핑 주석은 펑리위안 여사, 그리고 보좌진인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왕양(汪洋) 부총리 등 수행단을 이끌고 전용기편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미·중 정상회담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장소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에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 45분(한국시간 7일 오전 3시 45분), 시 주석도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티타임에 이어 회담은 오후 4시 정도 시작해 공동 기자회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후 두 정상은 부부 동반으로 만찬회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초대를 받아 트럼프의 호화 리조트인 마라라고를 방문하지만 숙소는 마라라고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오 팜 비치 리조트 앤드 스파'로 정했다.
7일에는 양국 정상 간 회담과 업무 오찬을 마친 뒤 시 주석이 귀국하는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빈 방문은 아니지만 시 주석은 지난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초호화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 초대받은 두 번째 외국 정상이 됐다.
다만, 아베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가 좋으면 두 정상은 가벼운 동반산책 등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세계를 좌우하는 '스트롱맨' 간의 첫 만남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무역 불균형·남중국해·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하나의 중국'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날이 선 창을 들고 예측불허의 공격을 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그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어, 북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5일 '보란 듯이'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한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한 주문을 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경제인들을 만나 "북한은 정말 인류의 문제다. 시진핑 주석과 북한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는 북한을 겨냥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해 선제공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간명하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중국이 나서야 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을 최대한 설득하고 여의치 않으면 북한과 연계된 중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할 계획이며, 최후 수단으로 군사적 옵션카드도 쓰겠다는 3단계 시나리오다.
시 주석의 해법은 다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겠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한 6자 회담 재개가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방미 대표단의 실무격인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병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강조했고, 이는 정상회담에서도 반복될 전망이다.
북한의 5일 미사일 발사 도발에 중국 외교부는 미·중 정상회담과 "필연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핵 해법과 관련해선 미·중 양국 입장이 평행선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려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그와 관련된 중국의 한국 보복이 논의대상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우리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종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요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실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기간부터 강조해온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국가라며 중국산에 대한 고율 관세와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을 요구해와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최근 중국 상무부가 미국 캘리포니아 등 주 정부와 25억 달러(약 2조8천억원)에 달하는 투자 협의를 하는 등 '통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 미·중 빅딜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그걸 통해 중국이 숙원인 미국으로부터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받아 현안을 원만하게 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시 한 번 천명해주길 원할 것으로 보이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너무 급하게 잡힌 바람에 양국이 중심 의제를 놓고 사전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전 협상을 할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회담 전에 세부 사항들이 발표되지 않았고 양국이 공동 성명에 담을 내용을 합의하는데도 어려운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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