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천사야 행복하게 지내렴" 인천 살해 초등생 추모 물결
놀이터에 작은 추모 공간 마련…범주민대책위 꾸릴 예정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초등생 살해·시신 유기 사건이 일어난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는 6일 작은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은 사건 당일 이웃 고교 자퇴생 A(17)양이 초등학교 2학년생 B(8)양을 처음 만난 놀이터다. A양은 B양을 유인한 뒤 인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아파트 옥상에 유기했다.
이날 오전 놀이터 옆 정자에 세워진 임시 게시판은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붙인 100여 개의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으로 빼곡했다.
게시판을 가득 메운 포스트잇 위에는 또 다른 포스트잇이 붙어 글귀를 가렸고, 정자 기둥에까지 나붙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천사가 부족했나 어째 예쁜 어린아이를 데려갔나', '아기 천사야 거기에서는 이루지 못한 것들 다 이루기 바라', '하늘에서는 웃는 얼굴로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등의 글귀를 남겨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B양을 추모했다.
전날 내린 비로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 적은 볼펜 글씨가 번지고 지워졌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그대로 전해졌다.
바로 옆 벤치에는 하얀 국화꽃이나 백합 꽃다발과 함께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꽃 화분이 가득 놓였다.
'하늘에서 행복하게 지내렴, 우리의 천사'라는 글귀가 크게 적힌 화분을 두고 간 이도 있었다.
놀이터를 지나던 시민들도 쌀쌀한 날씨에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B양의 넋을 달랬다.
저마다 추모 포스트잇을 읽어보거나 사진을 찍는가 하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는 이도 눈에 띄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인 한 40대 주부는 "나도 아이를 키우는데 8살짜리 아기가 혼자 얼마나 무서웠겠냐"라며 "다음 생에서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인근 아파트의 주민들과 B양이 다녔던 초등학교 운영위원회 등은 7일 연수구청에서 주민 총회를 열고 '범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릴 방침이다.
대책위는 비슷한 아동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 검찰, 구청 등 유관 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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