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폭행에 숨진 한살 아기, 장례 치러줄 사람도 없어

입력 2017-04-06 10:01
수정 2017-04-06 11:28
친부 폭행에 숨진 한살 아기, 장례 치러줄 사람도 없어

경찰이 장례 치러주기로…형사들 "하늘에서 편히 쉬렴"

(시흥=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친부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숨진 한 살배기 아기의 마지막 길을 경찰이 함께하기로 했다.

아기의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어 경찰이 대신 장례를 치러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 4일 오전 5시 50분께 경기도 시흥시 한 병원에서 갑자기 숨진 A(1)군.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달 30일 친부 B(31)씨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복부 장기가 파열돼 5일간 앓다가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친모 C(22)씨에 대해선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군은 숨질 당시 체중이 6.1㎏으로, 정상아기 체중(9.8∼10㎏)의 60%밖에 안 될 정도로 말라 있었다.

경찰은 A군의 형과 누나도 발육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판단,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해 보호하고 있으며, 피의자인 C씨도 정신적 충격이 심해 여성보호기관에 인계했다.

C씨가 불구속 상태이긴 하지만 아들 장례를 치를 만한 돈도 없을 정도로 경제사정이 열악하다.

B씨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곧바로 재혼하자 중학교 3학년 때 가출해 혼자 살아왔다.

C씨도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가 재혼하자 고등학교 때 집을 나왔다.

B씨 부부 모두 학창시절 가출해 부모와 인연을 아예 끊고 살아오다가 2012년 만나 사실상 혼인 관계를 유지해 온 터라 A군의 장례를 치러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경찰은 숨진 아기의 딱한 사정에 마지막 가는 길이나마 동행하기로 하고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경찰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협조를 얻어 아기의 장례비 200여만원으로 이날 오전 시흥 한 병원에서 시신을 입관하고 인천 한 화장장에서 화장한다.

운구는 형사기동대 차량으로 한다.

영정 하나 없이 치러지는 쓸쓸한 장례지만, 형사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아기의 마지막 길을 지켜주기로 했다.

한광규 시흥서 형사과장은 "부부의 부모를 수소문해 1명을 찾았지만, 그분 또한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장례를 치러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라며 "관내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어서,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형사들이 동행해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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