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총기폭력 시달리는 시카고 주민 위로

입력 2017-04-06 08:02
프란치스코 교황, 총기폭력 시달리는 시카고 주민 위로

시카고 대교구, 폭력지대 청소년 위해 25만 달러 기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남부의 총기폭력 실태가 로마 교황청까지 움직였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총기폭력에 시달리는 시카고 주민들에게 친서를 보내 "마음에 두고 기도하고 있다"며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가톨릭 시카고 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 편에 띄운 친서에서 "폭력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나는 그들 곁에 있고,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며, 신의 은혜로 치유를 얻고 화해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고 위로했다.

그는 "시카고 주민들이 결코 희망을 잃지 않기를 기원한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미래 세대에 진정한 사랑의 힘을 보여줄 수 있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교황은 시카고가 인종별·소득별 거주지 분리 현상이 심각하고, 폭력범죄가 주로 저소득층 소수계 밀집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상기하며 "이같은 배척과 분리, 차별과 무관심을 거부해야 한다. 어떤 집단도 '다른 이들'(others)로 간주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를 형제·자매로 여겨야 한다. 각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가슴과 생각을 열어야 함을 가르치고 양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교황 친서 공개와 함께 시카고 남부의 빈곤 및 폭력 감소를 위한 풀뿌리 프로그램 착수 계획을 밝혔다.

추기경은 자유재량 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25만 달러를 새로운 평화기금 종잣돈으로 기부, 그늘진 곳에 있는 청소년들의 기회 창출을 돕고 빈곤과 폭력 근절을 추구해나가겠다며 각 교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2년여 전 시카고 대주교로 부임한 수피치 추기경은 "남부 주민들이 너무 오래 방치돼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 앞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며 "그들 탓이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부활절을 앞둔 오는 14일 시카고 남부의 우범지대인 잉글우드 지구에서 평화의 행진을 주도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주 로마를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 같은 계획을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교황은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행진하는 이들,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 모두와 기도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시카고 남부 세인트 사비나 성당의 마이클 플레저 신부는 "오랫동안 고통으로 신음해온 시카고 주민들을 위해 교황과 추기경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카고에서는 지난해 4천330여 명이 총에 맞아 760여 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최소 776명이 총에 맞았고, 152명이 살해됐다.

경찰은 총기폭력의 원인을 시카고 남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범죄조직(갱)에 돌리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부패 정치에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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