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vs 자유"…G2 '마라라고 결투' 세계무역 향배 가른다
트럼프-시진핑, 모레 정상회담서 '무역불균형·환율' 놓고 정면충돌
통상 현안, 북핵과 함께 양대 의제…실속파 양국정상, 통상에 집중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공정 무역(트럼프)'의 복원이냐, '자유 무역(시진핑)' 수호냐.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통상 문제는 북한 핵 이슈와 함께 양대 의제로 꼽힌다.
특히 수십 년을 끌어온 북핵 문제가 사실 단 한 차례 회동으로 뾰족한 해법을 얻기 힘든 지난한 과제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온 무역·통상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실물경제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실사구시파'라는 점에서도 계륵과 같은 북핵 문제보다는 통상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세계의 시선은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양국의 정상이 통상 마찰과 관련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나올 타협의 산물은 향후 몇 년 간 글로벌 무역 정책의 방향타가 될 것인 만큼, 한국, 일본과 같은 무역 대국과 세계의 주요 다국적 기업들도 이번 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정상의 첫 대면을 하루, 공식회담을 이틀 앞둔 5일 세계 주식 시장은 벌써 상승세를 보이면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중국을 무역전쟁의 '주적(主敵)'으로 규정하고 선공을 가한 만큼, 이에 맞선 시 주석도 강력한 반격에 나서면서 양국 간 '1라운드'는 양측 모두 득점 없는 탐색전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특히 중국을 위시한 주요 수입국의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은 면세하는 트럼프 정부의 '국경세' 추진 방침과 위안화 절상 문제가 이번 회담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해왔다. 심지어 '성폭행범'에 비유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대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난달 31일 국가별·상품별로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는 행정명령과 반덤핑·상계 관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심상치 않다.
이에 맞서는 시 주석도 최근 들어 부쩍 '자유무역 연대 형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5일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축전에서 "아시아국가들이 지혜를 모아 세계와 지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이바지하고, 더 활력 있고 포용력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세계화를 추진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영국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상징되는 반(反)자유무역 주의에 대항하는 기수가 되겠다는 거듭된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사자와 호랑이의 무력 대결은 결국 양측 모두 상처만 남길 것이란 점에서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이 환율과 무역 불균형 문제에서 한발 양보하고, 미국도 그 대가로 중국이 원하는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하는 수준에서 이른바 '빅딜'을 할 것이란 얘기다.
최근 미 상무부가 '비시장경제'(NME) 국가인 중국의 무역 지위 재검토에 착수하고 중국 상무부 역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지방정부와 각종 투자 협의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협상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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