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환매러시'…올해 4조4천억원 이탈

입력 2017-04-06 06:01
주식형펀드 '환매러시'…올해 4조4천억원 이탈

투신권, 코스피·코스닥에서 3조원 순매도 폭탄

MMF·증시예탁금은 급증…증시 방향성 '눈치보기'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올해 코스피가 사상최고치 탈환에 나서 2,200선에 다가서자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과 원금회수를 위한 환매에 대거나섰다. 올들어 주식형 펀드 환매로 빠져나간 자금이 4조4천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코스피가 뒷걸음질하며 2,160선 초반까지 밀렸다.

주식형펀드 환매 행렬은 수급에 부담을 줘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탈출을 번번히 가로막았다.

하지만 최근 상승랠리로 투자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투자자예탁금은 크게 늘어나 앞으로 치열한 수급공방이 예상됐다.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4조4천440억원 순감했다.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2조9천325억원이 빠져나갔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올해 들어 1조5천115억원이 감소했다.

이처럼 주식형 펀드 환매가 멈추지 않는 것은 최근 몇년간 코스피가 박스피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연초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2,200선 가까이 다가서자 펀드 투자자들이차익실현을 위한 적기라고 판단, 추가상승을 기다리지 않고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3월 23일 장중에 2,18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피는 전날 2,160.85로 장을 마쳤다. 연초 2,026.16보다 6.65%(134.69포인트) 올랐다. 지수는 2011년 5월 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코스피 역대 최고치인 2,228.96과는 70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펀드 환매가 몰리면서 투신권(자산운용사)은 최근 3개월 새 국내 증시에서 3조원가량 대거 팔아치웠다.

올해 투신권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천77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투신권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를 4천5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어 한국전력[015760](1천630억원), SK텔레콤[017670](1천470억원), 엔씨소프트[036570](1천288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1천70억원) 등 순으로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선 SK머티리얼즈[036490](414억원), 에스디생명공학[217480](256억원), 셀트리온[068270](227억원) 등 중심으로 모두 4천32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코스피가 2,100을 넘어서면 주식형 펀드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 수익이 낮아져 펀드를 환매하는 경향이 짙다"며 "투신권이 환매 자금을 마련하려고 주식을 내다 팔아 지수의 추가 상승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대신 머니마켓펀드(MMF)로는 올해 11조7천730억원이 몰렸다. MMF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자금을 맡겨두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이다. 국내외 특별자산에 투자하는 대안 투자형 펀드로도 1조6천500억원이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수급 약화 등으로 코스피 상승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수급적인 측면에서 펀드 환매 속에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둔화하면서 2분기에 코스피는 하락 변동성이 커져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시 랠리를 보고 뒤늦게 개인들이 몰리면서 주식 직접 투자를 위한 증시 주변 자금은 최근 증가했다.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4일 기준 23조3천911억원으로 연초보다 1조4천400억원이 늘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유가증권시장 3조2천885억원, 코스닥시장 3조9천646억원 등 모두 7조2천531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1월 2일) 6조8천83억원보다 4천448억원(6.5%)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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