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음악을 그리는 화가' 신은혜, 뉴욕 시선을 사로잡다

입력 2017-04-06 06:50
[사람들] '음악을 그리는 화가' 신은혜, 뉴욕 시선을 사로잡다

인맥·소속 없이 오직 실력으로 승부…뉴욕 아고라 갤러리 전속작가 위촉돼 화제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소속되지 않았다고 해서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화단에 화려한 인맥도 소속도 없는 여류작가가 예술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뉴욕의 아고라 갤러리 전속작가로 위촉돼 화제다.

주인공은 강원 춘천에서 작업하는 신은혜(44·여) 작가다.

평창에서 태어난 그는 춘천 유봉여고를 나와 한양여대에서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하고, '올리브나무'라는 아트콜라보 성격의 1인 창조기업 대표로 일하고 있다.

10여 년간 개인전 8회와 단체전 12회를 열어 작품활동을 했지만, 화단에서는 생소한 무명 여류작가다.

그런 그가 작품성 하나로 뉴욕의 가고시안 갤러리, 더 페이스 갤러리, 데이빗 즈워너 갤러리와 함께 전 세계 아티스트 작품을 발굴하고 상설 전시하는 아고라 갤러리의 문을 연 것이다.



아고라 갤러리는 "클래식 음악에서 얻은 영감으로 표현한 작품세계와 기법이 독특하다. 결과물은 강력한 물리적 존재감을 가지며 그가 얻은 영감의 원천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며 그에게 뉴욕에 입성할 기회를 줬다.

특히 이번 전속작가 위촉은 인맥도, 소속도 없는 그가 오직 포트폴리오 심사, 즉 실력으로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신 작가가 작품에 즐겨 사용하는 기법은 현악기와 관련된 모든 소품을 해체하고, 재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구축해내는 오브제 기법과 물의 우연성을 내포한 수채화 기법이다.

그는 수년간 홀로 터득한 기법으로 '음악'이라는 주제를 화폭에 담아냈다.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하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고정관념을 탈피했다.

구상과 추상을 오가며 구축한 작품에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직관적 통찰이 들어있다는 평가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과 문학, 그리고 미술에 흥미를 느꼈어요. 미술을 가장 좋아했고,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죠.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교과서적인 그림보다는 진정성이 바탕이 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자 고민한 그의 결론은 '내가 사는 삶의 내용,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아픈 기억에 대한 자가적 치유를 그리는 것'이었다.

신 작가는 "기쁨과 슬픔을 분해하고, 다시 통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창작의 기쁨을 느꼈다"고 말한다.

실생활에서는 춘천 바나바사랑봉사회와 함께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 미술 활동을 도우며 그림으로 아이들이 가진 아픔도 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에게 클래식 음악은 감정을 움직여주고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촉매다. 대부분 작업을 할 때 클래식 음악을 곁에 둔다.

클래식 음악이 무의식과 의식이 수없이 교차하며 붓이 움직이고, 마음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작가는 전속작가 위촉으로 아고라 갤러리가 보유한 개인작품구매자, 컨설턴트, 기업체, 영리·비영리 단체, 미디어 매체에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기회를 얻었다.

작품은 아고라 갤러리 홈페이지에서도 홍보·판매되며 11월 11일∼12월 2일 3주간 갤러리에 직접 전시할 예정이다.

뉴욕에 가기 전 국내에서는 7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크리에이티브 오렌지 아트 페어(COAF)에 참여하고, 9월에는 국회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신 작가는 "작가는 작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예술은 단순히 학연과 지연 프레임이 갇힐 수 없는 크고도 무한한 영역"이라는 소신을 밝히며 자신의 경험이 국내에서도 실력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랐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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