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돌아왔다…IS 세력확장·부패·굶주림 탓

입력 2017-04-05 16:07
수정 2017-04-05 16:33
소말리아 해적이 돌아왔다…IS 세력확장·부패·굶주림 탓

2008∼2012년 선박 수백척 나포한 '해적의 대명사'

국제사회 퇴치전에 종적 감췄다 지난달 2척 잇따라 나포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한때 종적을 감췄던 아프리카 해적들이 최근 대형 선박들을 잇달아 나포하며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소말리아 무장 해적들은 지난달 13일 소말리아 해안에서 18㎞ 떨어진 지점에서 수도 모가디슈로 향하던 아랍에미리트(UAE) 소유 유조선 '아리스 13호'를 나포했다.

이들은 같은 달 31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밀과 설탕 등을 운송하는 인도 국적화물선 '알 카우사르' 호도 납치했다.

2012년 이후 5년 동안 활동을 중단한 소말리아 해적이 갑자기 나타나 한 달에 두 차례 기습작전에 나선 것이다.

해적들은 먼저 나포한 아리스 13호와 선원 8명은 아무 조건 없이 석방했지만 엘 카우사르호와 대해선 현재 선박 회사와 몸값 협상을 벌이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은 지난 2008∼2012년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지나는 선박 수백 척을 무작위로 나포하며 '해적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한밤중에 소형보트를 타고 선박에 접근한 후 무기로 선원들을 위협해 조타실을 장악한다.

이후 해안에 있는 자신들의 은신처로 선박을 몰고 가 정박하고, 선박 회사들과 몸값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해적 행위를 일삼았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돈이 내렸다.

선박을 빼앗기고 선원들을 인질로 잡힌 기업들은 낙하산으로 수백만 달러를 해적들에게 내려보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한때 나포 목적을 설명할 대변인까지 둘 정도로 활동이 활발했다.

심지어 '더 코퍼레이션'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해적 행동수칙을 담은 가이드북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적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자 선박 회사들은 중무장한 경비원들을 고용해 방어에 나섰고, 인근 국가 해군들도 수백만 달러를 들여 해안 경비를 강화했다.

이와 더불어 국제 구호단체들도 소말리아 젊은이들이 해적의 길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까지 제공하자 해적들은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최근 이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크게 줄면서 해적이 다시 출몰할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국제사회의 지원이 최근 소말리아 푼트랜드 등 아프리카로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에 대신 쏠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부패와 빈곤 등 소말리아 내부 상황도 해적 재출현에 한몫했다.

소말리아는 최근 간접 선거를 통해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지만, 이는 나라 역사상 가장 부패한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큼 잡음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세력을 잡은 소말리아 부패 관리들이 몸값을 나눠 먹을 요량으로 소말리아 해적들의 활동을 은근히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수십만 명이 최근 기근 위기에 처하면서 생계를 위협당한 소말리아 젊은이들이 말 그대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해적질에 눈을 돌리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소말리아에서 반부패단체 마르카티를 운영하는 모하메드 무바락은 "굶주림 때문에 사람들이 범죄로 내몰린다"며 "먹고 살려고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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