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요금으로 택시 타고 읍내가요"…시골 누비는 행복택시
충북 2년전 100개 마을서 시행…폭발적 반응에 올해 200여곳으로 확대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예전에는 장을 보러 면 소재지에 가려면 보따리 들고 20분 넘게 걸어가 버스를 탔는데 요즘은 집에서 택시 타고 나가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 오늘도 면 소재지 나가려고 택시 불렀어"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괴곡리의 이모(80) 할머니는 면 소재지에 다녀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이 마을에서 1㎞나 떨어진 데다 온종일 몇 대 다니지 않는 버스 시간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다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면 소재지까지 왕복 1만4천원에 달하는 택시요금은 이 할머니에게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요즘 면 소재지를 다녀오는 것은 '즐거운 외출'이 됐다. 공영버스요금(500원)만 내면 집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면 소재지를 오갈 수 있는 '행복 택시' 운행으로 누리게 된 행복이다.
충북도와 시·군은 2015년 7월 시내버스 이용이 불편한 시골 주민들이 버스요금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행복 택시'를 도입했다.
주민 수 10명 이상, 5가구 이상이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700m 이상 떨어져 있는 마을이 운행 대상이다.
주민들은 택시를 이용해 읍이나 면 소재지까지 오가면서 버스요금(1천300원)이나 공영버스 요금만 낸다. 나머지 요금은 도(40%)와 시·군(60%)이 지원한다.
첫해 6개월 동안 도내 100개 마을에서 운용한 결과,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지난해에 대상 마을을 150곳으로 늘렸고 올해 초부터 207개 마을로 확대했다.
청주시가 오는 10일부터 6개 마을에서 행복택시를 추가 운행하기로 하는 등 올해도 운행 마을이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행복택시 이용객도 첫해 2만4천409명에서 지난해 11만3천12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5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300명 이상이 '행복 택시'를 이용한 셈이다.
도와 시·군이 부담해야 하는 예산도 덩달아 늘어 2015년 2억5천여만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1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20억원을 책정해 놓았다.
행복택시는 충북도가 정한 이름이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 사업을 공약했던 후보들이 시장·군수로 당선된 일부 지역에서는 독자적인 이름을 쓰기도 한다.
영동군은 '무지개 택시', 음성군은 '희망 택시' 옥천군은 '다람쥐 택시', 보은군은 '사랑 택시', 충주시는 '마을 택시'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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