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前대통령 구속 후에도 '모르쇠' 전략…검찰, 돌파구 고심
6일 2차 출장 조사서 전략 변화 가능성…압박카드 준비할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후에도 '결백하다'거나 '모르는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구속 만기인 오는 19일 이전에는 객관적 물증과 진술로 뒷받침되는 범죄 사실과 혐의를 확정해 재판에 넘겨야 하는 검찰로선 앞으로 2주 남짓한 기간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수사팀을 보내 10시간 40분가량 '옥중 조사'를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답변 내용은 지난달 21일 검찰 조사 때, 같은 달 30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 때 주장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구속 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혐의를 일부 시인하는 등 전향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일부 있었으나 말 그대로 기대에 그친 셈이다.
검찰은 기소 전까지 서너 차례 추가·보강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조사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일관된 논리로 혐의를 부인해 결국은 재판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려보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범죄 사실에 논리적 완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아 재판에서 충분히 다퉈볼 만하다는 게 박 전 대통령 측의 판단이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죄에 대해 '40년 지기' 최순실(61)씨와 공모해 벌인 일로 봤으나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씨가 사적으로 삼성에서 금전 지원을 받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게 정황상 소명된다고 주장한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줄곧 대가성 자금 제공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검찰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대응 전략을 인식해 타개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범죄 사실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데 집중한 1차 조사와 달리 6일 예정된 2차 조사에선 각종 물증과 진술을 제시하며 박 전 대통령 진술의 허점을 파고드는 등 본격적인 압박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차 조사에서도 한웅재 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주로 신문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치 않을 경우 공범 관계인 최씨나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이 부회장 등을 활용해 우회로를 뚫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모르쇠' 전략이 오히려 재판에서 자신을 옭아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최씨 등 재판에서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이라는 관련 증언이 쏟아진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형량이 가중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씨 등 함께 범행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과 함께 입을 맞춘 듯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면 무죄 또는 가벼운 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어느 한 명이라도 잘못을 인정할 경우 홀로 중형을 받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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