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침묵 깨고 트럼프 거론…"멍청이가 이끄는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공격수위는 낮춰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달간의 침묵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나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IS의 대변인인 아부 하산은 4일(현지시간) 발표한 녹음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idiot)이라고 부르며 이슬람교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비난했다.
IS는 "미국이여, 너는 물에 빠졌지만 구원해 줄 사람이 없다. 너는 전 세계 칼리프 병사들의 먹잇감이 됐다. 너는 파산했고, 멸망의 전조가 모두에게 분명히 보인다"며 "무엇보다 분명한 증거는 시리아, 이라크, 이슬람이 뭔지도 모르는 '멍청이'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사실"이라고 조롱했다.
테러리즘 전문가들은 이슬람권 국가 출신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트럼프 대통령의 대 이슬람 정책이 IS의 선전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왔다.
미군 주도의 이라크 모술 공격 때 IS 점령지역에 남아있던 한 거주민은 뉴욕타임스와의 통화에서 IS 전사들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축복 같은 금지령'이라고 부르며 농담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성명에서도 IS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모욕하는 데 그쳤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이슬람을 '미국의 한가족'이라고 부르는 등 애매한 태도를 취해 잦은 공격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은 우리를 미워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해 오히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슬람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성명에서 IS는 모술 공세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등을 언급하며 미국, 유럽, 러시아의 이슬람 지지자들이 봉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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