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금석문으로 보는 선조들의 삶과 죽음

입력 2017-04-05 11:20
고려시대 금석문으로 보는 선조들의 삶과 죽음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 기증작품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서울 예술의전당에 기증한 고·중세 금석문(金石文 ·돌이나 금속에 새긴 글씨나 그림) 탁본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가 5일부터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미술계의 '큰 손'인 이 회장은 2011년 금석문 탁본 유물과 조선시대 묵적(墨跡·먹으로 그리거나 쓴 그림과 글씨) 등 74건 128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기증품들은 이 회장이 일본 등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이 중 금석문 탁본 유물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이자 고고학자로 임나일본부설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섰던 오가와 게이기치(小川敬吉, 1882~1950) 주도로 채탁(採拓)돼 일본으로 반출됐던 것들이다.

기증 유물은 당초 2012년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서예박물관 리모델링 등의 일정이 겹치면서 6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는 '죽음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해 기증품 중 고려시대 금석문 유물을 중심으로 꾸몄다.

고려시대 석관과 탁본,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 성덕대왕신종명 탁본 등에서 사신도와 비천상 문양의 변천 과정을 찾고 고·중세인이 전통종교인 불교와 도교로 사후의 안녕을 기원한 모습을 살핀다.

또 고려 시대 선사(禪師)들의 탑비와 고려인들의 묘지명 탁본을 통해 고려인의 삶과 죽음을 소개한다. 장중한 서체와 종교적인 의미를 담은 선사탑비에서는 엄격한 모습을, 서체와 내용이 보다 자유로운 묘비명에서는 고려인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다.

이 회장은 기증 당시 "서예야말로 미술은 물론 모든 예술의 토대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현실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왔다"면서 "역사적으로 현대미술이 큰 빚을 지고 있고 이번 기증을 기회로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고 말했다.

서예박물관은 기증품 중 조선시대 묵적 등은 따로 전시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시기간 전시 주제와 연계한 특별 강연도 네 차례 열린다. 이동국 서울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기증품 중 선사탑비와 부도(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묘탑) 탁본으로 스님들의 죽음 이후 세계를 강연한다.

전시는 6월18일까지 계속된다. 성인 입장권 5천원. ☎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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