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신종 투자 '컨버터블 노트'·'세이프' 허용(종합)

입력 2017-04-05 11:30
수정 2017-04-05 11:32
스타트업에 신종 투자 '컨버터블 노트'·'세이프' 허용(종합)

정부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방안…대기업 참여 유도·글로벌 공동펀드 조성

창투사 투자제한·해외투자 규제도 완화…'스타트업 공제제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정부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을 활성화하고자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세이프'(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등 신종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대기업이 투자펀드 출자를 통해 스타트업에 간접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도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가점을 부여키로 했다.

정부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스타트업 투자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벤처기업법과 창업지원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창업투자회사의 투자방식과 대상에 대한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현행 법령상 인정되는 창업투자회사의 투자방식은 신주,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교환사채 등으로 유형이 제한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창업투자회사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컨버터블 노트나 세이프 등 신종 투자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런 투자 방식은 창업 초기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일을 장래로 미뤄 놓는다는 점과 전환사채(CB) 등 다른 수단보다 법적 요건이 덜 까다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초기 투자자가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지분을 취득할 때 '밸류에이션 캡'(기업가치 산정 상한액) 적용 등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오픈형 CB'라고도 불리는 컨버터블 노트는 CB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전환가격을 확정하지 않은 채 일단 투자를 하고 향후 성과가 나왔을 때 전환가격을 결정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2000년대부터 컨버터블 노트 방식의 스타트업 투자가 대세다.

'장래 지분을 위한 간단 계약'이라는 뜻을 지닌 세이프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컴비네이터'가 2013년 말 내놓은 스타트업 투자방식이다. 또 다른 유명 액셀러레이터 '500 스타트업스'는 2014년 이와 유사한 '키스'(KISS·Keep It Simple Security)라는 스타트업 투자방식을 제시했다.

세이프나 키스는 장래에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증권이므로 제한된 범위에서 거래도 가능하지만, CB나 컨버터블 노트와 달리 사채가 아니므로 만기와 이율은 없다. 최근 수년간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방식의 스타트업 투자가 흔해지고 있다.

정부는 금융·보험·부동산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창업투자회사의 투자제한 조항을 완화할 예정이다.

이는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서비스나 금융기술(핀테크) 등 융합 신산업분야의 원활한 투자 지원에 이 조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현재는 설립자본금의 40% 이내에서만 허용되는 창업투자회사의 해외투자 규제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스타트업 투자의 50∼60% 수준에 그치고 있는 민간투자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제시했다.

크라우드펀딩 투자 촉진, 대학법인이나 액셀러레이터 등의 펀드 조성 지원,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인재 채용 장려, 전략적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이 그 예다.

전략적 투자자 확보 방안으로는 대기업이 직접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투자펀드 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가점을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벤처기업가 경력이 있는 사람이 설립한 벤처캐피털을 모태펀드의 평가에서 우대함으로써 스타트업 육성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국내 모태펀드와 해외 벤처캐피털이 함께 참여하는 총 3천억원 규모의 글로벌 공동 펀드를 추가로 조성하는 등 해외 투자자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현재 외자유치 공동펀드는 해외 13개 벤처캐피털이 참여해 1조3천억원 규모로 조성·운용되고 있다.

정부는 창업 기업인들의 실패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도 도입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운영 기간에 일정액의 부금을 납입하면 향후 폐업·부도 등 사태가 나더라도 압류가 불가능한 공제금을 지급하는 '스타트업 공제제도'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재창업을 통해 재기를 시도하는 중소기업인의 체납세금 징수를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재정 및 세제지원 확충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스타트업 투자·보증 확충,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자금 지원 확대 등 재정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래부 고경모 창조경제조정관은 "국내 유망 스타트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투자 생태계도 함께 글로벌화·고도화되어야 한다"며 "그간의 창업 붐이 결실을 보고 글로벌 인재·혁신 스타트업·모험자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으로 모여들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벤처·창업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게 관계부처가 함께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