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문자폭탄은 양념' 발언에 非文·국민의당 맹공하자 사과

입력 2017-04-04 17:59
文, '문자폭탄은 양념' 발언에 非文·국민의당 맹공하자 사과

박영선 "상처받은 사람에게 소금 뿌리는 것과 같다"

박지원 "자기에겐 밥맛내는 양념이지만 다른 사람엔 독약"

文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깊은 유감"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경선과정에서 빚어진 '문자 폭탄' 논란을 '양념'에 빚댄 것을 놓고 곤욕을 치렀다.

전날 후보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런 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라며 "우리 경쟁을 더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당내 비문(비문재인) 진영과 국민의당, 그리고 자유한국당 등에서 맹공에 나서면서다.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의원멘토단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양념이라는 단어는 상처받은 사람에 소금 뿌리는 것과 같다"며 "막말을 퍼붓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하고 나면 양념 치듯 맛을 더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악성댓글 때문에 상처받고 심지어 생각하기도 싫은 험악한 일들이 벌어져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수라고 하기엔 그 가벼움의 내면이 지나온 세월의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충청지역 경선 인사말에서 "문 후보, 진짜 웃기는 분이다"라며 "문자폭탄, 18원 후원금이 흥미롭게 하는 양념이래요! 자기에게는 밥맛을 내는 양념이었지만, 안희정·박영선·박지원에겐 독약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자기들의 '패권 친문'만 단맛을 내는 양념을 칠 것이고 자기에게 반대하는 세력에게는 쓴 양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문 후보는 대통령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문 후보 발언에 대해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고방식"이라며 "나에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무자비한 의식구조에서 입으로만 하는 통합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간담회에서 "패권적 행태를 즐기고 있는 듯한, 대단히 충격적 발언"이라며 "대선후보로서의 근본적 자질에 의심이 가는 발언"이라고 가세했다.

김종구 대변인은 논평에서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 상대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네거티브를 장려하며 폭력을 정당화했다"며 "이래서 문 후보의 패권정치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하자 문 후보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제 지지자 가운데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자폭탄을 보내 의원님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다"며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에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논평에서 "친문패권주의의 극단적 발로로, 문자폭탄은 양념이 아니라 반드시 청산해야 할 패권주의 적폐 그 자체"라며 "문 후보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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