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으로 본 트럼프…보호주의 강화·친환경 축소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연방예산안에서 미국우선주의·신보호주의·전통산업 중시라는 본인의 공약을 숫자로 충실히 풀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트라(KOTRA)는 5일 내놓은 '2018년도 미국 대통령 예산안과 대(對) 한국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의회에 제출한 2018 회계연도 연방예산안을 살폈다.
전체 예산은 올해 1조681억 달러(1천199조 원)에서 2018년 1조654억 달러(약 1천196조 원)로 0.2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작은 정부'보다는 부처 간 예산 조정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부처별로 보면 국방·안보 예산이 대폭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예산으로 전년보다 540억 달러(약 61조 원) 증액한 6천30억 달러(약 677조 원)를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불법 이민자 단속, 마약 등 강력범죄 퇴치, 미국·멕시코 간 국경장벽 건설 등과 관련된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국방·안보를 제외한 모든 연방부처의 예산안은 전년보다 줄었다.
특히 환경청(-31%), 농무부(-21%), 노동부(-21%)의 예산을 대폭 깎았다.
통상을 담당하는 상무부 예산은 16% 감소했다.
그러나 수출 진흥 기능은 축소하되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등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적발·시정하는 무역집행기능은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무역집행 권한은 더욱 강화돼 우리나라를 포함한 수입국에 대한 규제가 늘어날 수 있다.
산업별로 보면 의료·제약, 정보통신(IT), 화석연료에 예산이 집중됐다.
예컨대 보건복지부의 마약 중독 치료·예방 관련 지원 사업이나 에너지부의 핵발전소 폐기물 처리·저장시설 재가동 사업에 대한 증액을 제안했다.
이와 달리 환경보호청이 운영 중인 50개 프로그램은 없애고 국제 환경변화 대처 프로그램 지원 예산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이 안대로라면 방산, 보안감시, 복제의약품 등은 혜택을 입고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은 피해를 볼 것"이라며 "우리 기업은 미국의 새로운 예산안을 면밀히 살펴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예산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어 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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