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보이드 "모델로서는 에릭 클랩턴이 조지 해리슨보다 낫죠"

입력 2017-04-04 15:20
패티 보이드 "모델로서는 에릭 클랩턴이 조지 해리슨보다 낫죠"

조지 해리슨·에릭 클랩턴과 '삼각관계'로 유명

28일부터 '패티 보이드 사진전:록킹 러브' 개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턴 중에) 모델로서 더 훌륭했던 사람은 에릭이었죠. 에릭은 옷 차려입기를 좋아하고 또 근사하기도 해서 매일 사진을 찍었어요."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과 천재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이 동시에 사랑했던 '전설적 뮤즈' 패티 보이드(Pattie Boyd·73)는 4일 서울 강남구 학동 와이스파치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턴 중에 누가 더 모델로서 훌륭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에릭 클랩턴을 꼽았다.

패티 보이드는 오는 28일부터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S.FACTORY)에서 열리는 '패티 보이드 사진전 : 록킹 러브(ROCKIN' LOVE)'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늘 결혼 생활을 사진에 담았고 한번은 에릭이 너무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낚아채서 휴지통에 버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조지 해리슨을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아마 사진을 '훔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릭이 카메라를 의식해 포즈를 잡는 사람이라면 조지는 다소 무심했다"며 "조지가 평온히 있을 때나 장난칠 때, 의식하지 않는 순간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패티 보이드의 사진전에는 세계적 뮤지션들의 삶과 패티 보이드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친구와 연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적 팝스타들의 꾸밈없는 일상을 만나볼 수 있다.

영국 출신의 모델이자 사진가인 패티 보이드는 특히 조지 해리슨, 에릭 클랩턴과의 '세기의 삼각관계'로 유명하다.

비틀스의 자전적 영화 '어 하드 데이스 나이트'(A Hard Day's Night)에 출연하며 조지 해리슨과 처음 만나게 된 패티 보이드는 1965년 조지 해리슨과 결혼했다. 하지만 조지 해리슨의 바람기와 약물 문제로 두 사람은 1977년 이혼했다. 이어 패티 보이드는 에릭 클랩턴과 1979년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지만, 이 세기의 러브 스토리도 1989년 파국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가들이 탄생했다. 조지 해리슨의 '섬싱'(Something), 에릭 클랩턴의 '레일라'(Layla), '원더풀 투나이트'(Wonderful Tonight)는 모두 패티 보이드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였다.

패티 보이드는 "조지가 '섬싱'을 카세트테이프로 들려주며 '너를 위해 썼다'고 말한 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에릭은 초저녁에 기타를 연주하며 많은 곡을 들려줬다"며 노래 '원더풀 투나이트'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외출을 앞두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서 시간이 한참 걸렸어요. 에릭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저 보고 '오늘 밤, 당신은 정말 아름답다'(You look wonderful, tonight)라고 말해줬죠."



패티 보이드는 자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노래 가운데 에릭 클랩턴의 '레일라'를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꼽았다. 다만 그는 "'레일라'의 언플러그드(unplugged) 버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곡의 열정과 깊이를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세계적 뮤지션과 결별한 뒤 사진가로서 홀로서기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그는 밝혔다.

패티 보이드는 "열아홉·스무 살 무렵부터 사진을 찍었고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언제나 사진을 찍었다"며 "당시에는 찍었던 사진을 봉투에 담아서 치워버리곤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중에 홀로 되었을 때 '뭘 해야 하나' 방향성을 잃고 고민하기도 했다"며 "오래된 상자 속에서 사진을 발견하고는 '꽤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진전에는 미공개 사진 20여 점도 첫선을 보인다.



그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미공개 사진들은 아주 오래된 사진 상자들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들"이라며 "에릭이 투어 공연을 할 당시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도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델의 삶보다 사진가의 삶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믿기 어렵겠지만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는 게 부끄럽다"며 "카메라 뒤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때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진전의 부제로 사용된 '팝 역사상 가장 위험한 뮤즈'라는 표현이 마음에 드는지 묻자 패티 보이드는 "정말이냐?"고 반문한 뒤 "정말 마음에 든다"고 호쾌하게 웃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