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만에 검거 성폭행 피의자, 검찰서 어떻게 도주했나

입력 2017-04-04 12:03
9시간 만에 검거 성폭행 피의자, 검찰서 어떻게 도주했나

창문 아닌 배관 통해 탈출…검찰 "배관 확인 못 한 게 실수"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화장실에 들어간 피의자가 사라졌다. 비록 수갑이 풀어진 상태였지만 수사관 2명이 문 앞과 창문을 각각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건물 밖으로 나갔을까?

지난 3일 검찰청 화장실에서 수사관을 따돌리고 도주했다가 9시간만에 붙잡힌 성폭행·강도 피의자 강모(26)씨는 창문이 아닌 배관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오후 1시 45분께부터 의정부지검 별관 2층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시작 1시간 만인 오후 2시 45분께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부탁했고 수사관 2명이 동행하면서 용변 보기 편하게 해 주려고 수갑을 풀어줬다. 그리고 1명은 화장실 입구 문 앞을, 다른 1명은 문 반대편 창문을 지켰다.

강씨는 장염 때문에 이번이 두번째 화장실행이었고 두번 다 같은 칸에 들어갔다. 수사관들은 강씨가 혹시 자살이라도 할까 계속 말을 걸었고 얼마 지나 강씨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수사관들은 급하게 칸막이 문을 열었지만 강씨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강씨가 들어간 칸에는 1층 구내식당 화장실과 연결된 수도배관이 있었고 그 1·2층 연결부위에는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강씨의 탈출로가 확인된 순간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처음 화장실에 갔을 때 이 배관 구멍을 이용해 도주할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씨는 1층 화장실로 겨우 내려간 뒤 막혀 있던 석면 천장을 뚫고 나왔고 옆에 있던 청소 직원 휴게실 창문으로 나가 담을 넘었다. 이곳은 창고로 사용하다가 2년전 청소 직원 복지 차원에서 휴게실로 개조해 창문에 쇠창살이 없었다.

마침 시동 걸린 채로 세워져 있던 흰색 마티즈를 타고 서울방면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다행히 같은날 오후 11시 20분께 자신의 집 근처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혀 강씨의 도주 행각은 9시간 만에 끝났다.

강씨에게는 차량 절도 혐의와 도주 혐의가 추가된다.

검찰은 강씨를 인계받아 구체적인 도주 경로와 도주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피의자 도주 방지 지침 준수 등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화장실 용변 칸 안에 1층과 연결된 배관이 있었던 걸 확인 못한 것이 실수"라고 밝혔다.

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통장에 있던 100여 만원을 빼앗은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1시 40분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강씨를 인계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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