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원, 세월호 3주기에 위로곡…"헤어진 이들에게 위안을"
싱글 '사월, 꽃은 피는데' 6일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사고 2주기 즈음이었다. 싱어송라이터 권진원(51)은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떠올라 무거운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멜로디와 '다시 아침이 오네'란 노랫말이 나란히 터져 나왔다. 곡을 만들며 안타깝게 떠난 아이들, 남은 가족들의 헤아리기 힘든 심정이 솟구쳐 눈물을 몇 번이나 훔쳤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이 노래를 1년간 묻어놨다.
노래패 노래를찾는사람들 출신 포크 가수 권진원이 오는 16일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이렇게 만든 곡 '사월, 꽃은 피는데'를 6일 공개한다.
최근 연합뉴스와 만난 권진원은 "새봄이 올 때마다 유가족의 심정이 떠올랐다"며 "봄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모든 사람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상에 꺼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세월호 선체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미수습자 가족들은 마치 아이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기뻐했어요. 세 번의 봄을 맞는 동안 헤진 그 심정을 누가 헤아리겠어요. 작은 위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차오르는 슬픔을 꾹꾹 눌러 삼킨듯한 5분 22초의 곡은 비장함이 느껴질 정도로 차분해서 구슬프다.
장엄한 5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가 채운 1분 길이의 전주에 이어 '다시 아침이 오네'란 첫 가사가 들리자, 마치 춥고 어두운 바다에 한 줄기 빛이 내리며 동이 트는듯한 풍경이 그려진다.
'다시 아침이 오네/ 꿈이 아니었네/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또 보내야 하네/ 어느덧 거리의 나무에 새순이 돋았네/ 푸른 잎 사이 햇살이 눈물로 반짝이네/ 사월, 꽃은 피는데/ 그댄 없네/ 내 곁에 없네/ 사월, 꽃이 필 때에/ 그대 생각해/ 내 온 마음 다해'('사월, 꽃은 피는데' 중)
간결한 노랫말에 바이브레이션까지 절제한 보컬은 정재일의 편곡이 더해지며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완성됐다. 고요한 피아노 선율이 이끌다가도 오케스트라 연주가 확 펼쳐지며 감정을 증폭시킨다.
권진원은 "정재일 씨와 친분이 없는데 평소 음악 스펙트럼이 넓은 친구란 걸 알아 언젠가 꼭 작업하고 싶었다"며 "연락해서 곡을 들려주자 '꼭 편곡하고 싶다'는 답을 받았다. 편곡 방향을 내게 장문의 메일로 보내줬는데 한 군데도 손댈 곳이 없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고 말했다.
권진원은 작년 12월에도 상처 입은 시대를 위로하는 노래 '그대와 꽃 피운다'를 만들어 촛불집회에서 들려줬다. 그는 이 무대에서 "우리 국민은 정의롭습니다. 우리 국민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라고 외치며 희망을 노래했다.
노찾사에 음악의 뿌리를 둔 그가 촛불 앞에서 노래한 것은 이미 여러 차례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 등 촛불 콘서트가 열릴 때면 기타를 메고 광장으로 나갔다.
그는 "이 '난리'(최순실 국정농단 파문)를 겪으며 노찾사 정신이 가슴에서 확 일어났다"며 "깨어난 시민 의식이 다시는 흐려지지 않아야 지금의 아이들이 우리 나이가 됐을 때 훨씬 발전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4년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해금 연주자 강은일과 함께 낸 앨범 '만남'에 담았던 선비 정신을 이야기했다.
"치닫는 물질주의, 양심이 흐려지는 시대를 견딜 수 없었어요. 세월호 참사야말로 사회에 은신하던 부조리함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죠. 지금이야말로 올곧은 신념 등 선비 정신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그는 15일 촛불집회에서 '사월, 꽃은 피는데'를 노래한다. 꽃망울이 터지는 새봄,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은 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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