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젊은 감독과 노 단장의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17-04-04 07:57
현대캐피탈 젊은 감독과 노 단장의 아름다운 동행

훈련 땐 코트도 밟지 않는 64세 신현석 단장

41세 최태웅 감독 "전폭적인 지원, 심리적 안정 주시는 단장님 감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태영 구단주님이 지원해주시고, 최태웅 감독님이 선수들 잘 이끌었죠."

신현석(64) 현대캐피탈 단장은 '우승 주역'에 자신의 이름을 뺐다.

"특별히 한 게 없다"는 게 신 단장의 겸손한 소감이었다.

하지만 특별하게 뭔가를 하지 않고, 프런트 역할에 충실한 신 단장 덕에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최태웅(41) 감독은 4일 NH농협 프로배구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한 뒤 "프런트에서 배구에 관한 모든 것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다. 신 단장님께서는 제가 흥분할 때 가라앉혀 주시는 역할도 하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신 단장과 최 감독은 23살 차다.

신 단장은 현대캐피탈 부사장까지 지낸 경험 많고 성공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는 기꺼이 최 감독의 '아래'에 위치하려 했다.

신 단장은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훈련할 때, 코트를 밟지 않는다. 경기 때는 특별히 선수단에 전달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 한, 라커룸 방문을 하지 않았다. 감독에 대한 예우다.

그는 "배구 전문가는 최태웅 감독님"이라며 "배구에 대한 전권은 감독이 가진다"고 했다.

최태웅 감독은 코치 생활을 거치지 않고 현역 은퇴 후 바로 감독 자리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은 과감한 선택을 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최 감독의 기를 살렸다.

초보 사령탑에 프런트가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그 감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 단장이 최 감독 부임 후 프런트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합시다"였다. 최 감독에게는 "건강 해치시지 마세요"라는 말을 가장 자주 했다.

'배구만 생각하는' 최 감독은 프런트에 다양한 요구를 했다. 현대캐피탈은 '배구를 위한 일'이면 모두 지원했다.

최 감독은 '내가 생각해도 나는 프런트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말 경험 없는 나를 믿고 많은 걸 지원해주셨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2013년 배구단 전용 훈련장이자 합숙소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만들었다. 280억원을 투자한 '거대한 성'이었다. 배구단은 물론 다른 프로 구단 관계자도 '한국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감탄한 곳이다.

신 단장과 최 감독은 그 성 안에 신뢰를 채웠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성공해 '모든 것을 갖춘 명가'로 자리 잡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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