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으로 바뀌는 맨해튼?…빌딩숲 누비는 매, 눈에 띄게 증가
코요테·독수리 등도 종종 목격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세계 최대 금융중심이자 문화도시로 고층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뉴욕 맨해튼에 야생동물이 많아지고 있다.
코요테와 독수리 등이 종종 목격되는 데 이어 해안의 절벽이나 나무꼭대기에 앉아 있어야 할 매(hawk)가 눈에 띄게 늘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맨해튼에 서식하는 매는 2006년에 세 쌍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열네다섯 쌍으로 증가했다.
뉴욕시 공원 경비원인 롭 마스트리아니는 "블루 제이(파랑어치)가 지저귀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는 매가 주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맨해튼에서 맹금류인 매가 증가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쥐나 다람쥐, 비둘기 등 먹이가 늘어난 것이 하나의 이유로 거론된다. 또 뉴욕시가 쥐약 사용을 줄인 데 따라 쥐약을 먹은 쥐를 매가 먹는 경우가 줄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유가 뭐든 매가 늘어난 것은 맨해튼이 더 야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맨해튼에서는 다른 야생동물도 이따금 나타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맨해튼 남쪽의 배터리파크 인근에 코요테가 나타나 경찰이 마취총으로 쏴서 붙잡았다.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 서식한 매는 빨간 꼬리를 가진 '페일 메일'(Pale Male)이라는 이름의 수컷이다. 올해 스물일곱살인 이 매는 2004년에 아파트 입주민들이 둥지를 철거하고 이에 대해 뉴욕 시민들이 항의시위를 한 것을 계기로 유명해졌다.
뉴욕시티오듀본의 보존 생물학자인 데브라 크리엔스키는 "내가 아는 한 '페일 메일' 이전에 뉴욕시에 둥지를 튼 빨간 꼬리 매는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 시민들은 야생동물이 맨해튼에 사는 것을 반기고 있다. 125년 전에 맨해튼을 야생동물이 없는 지역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맨해튼 주민들이 매를 받아들이면서 매도 빌딩 숲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매는 5㎢가량 면적의 자기 영역을 필요로 하지만 맨해튼에 사는 매는 다섯 블록 정도 간격으로 둥지를 틀고 있다.
매가 빌딩이라는 낯선 구조물에 부딪혀 다치면 치료해 주는 사람도 많아졌다. 뉴욕시 소방관인 보비 호르바스는 1년에 40마리 정도를 치료해 준다고 말했다.
맨해튼에 사는 매가 직면한 최대 위험은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는 것이지만, 매의 둥지 주위에서는 쥐약 사용을 못하게 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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