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 됐는데"…'환단고기 주장' 학자 KAIST서 수업 논란

입력 2017-04-04 06:05
"검증 안 됐는데"…'환단고기 주장' 학자 KAIST서 수업 논란

수학생들 "확인 안 된 사실 주장"…해당 학자, 포스텍선 학생반발로 강연 취소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 수업에 학계의 정설이 아닌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주장하는 학자가 강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에 비과학적인 수업이 포함된 건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올해 봄학기 기계·항공 정기세미나 과목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A교수가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세계환단학회 회원이기도 한 A교수는 이날 환단고기에 입각해 고대사 강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11년 계연수(桂延壽)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류 학계는 선행 사료도 없이 원시·상고사를 자세히 기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 책을 위서(僞書)로 간주한다.

기계항공 석사 과정에 개설된 해당 과목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이다.

선택적으로 강연을 수강할 수 없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수강생들은 "강연자는 강연 내내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하며 환국의 존재, 고조선 이전의 역사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다"며 "학과가 강연자를 섭외한 만큼,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A교수는 지난해 말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강연을 하려다 포스텍 총학생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포스텍 총학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북아 뿌리 역사와 원형문화'를 주제로 역사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총학이 "환단고기는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역사서로 해당 강연이 진행되면 포스텍이 그 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해 강연이 취소됐다.

한 학생은 "포스텍에서 문제가 있어 무산된 강연을 KAIST에서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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