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국민과의 대화' 전격 연기…배경 싸고 궁금증
"反부패 시위 때문" vs "내년 선거전 준비 차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로 4월에 해오던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전격 연기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크렘린궁은 지난달 대통령의 바쁜 일정을 이유로 4월로 예상되던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구체적 연기 시점을 언급하지 않은 채 "8월 전에는 열릴 것"이라고만 소개했다.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는 3일(현지시간) 크렘린궁 관계자를 인용해 연기된 국민과의 대화가 6월 12일 '러시아의 날'이나 6월 1일 '아동보호의 날'에 맞춰 개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날은 옛 소련에서 러시아가 독립한 날을 기리는 기념일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집권 이후 그동안 14차례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개최했다. TV 생중계로 전국 각지 주민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연례행사인 국민과의 대화는 2011년까지는 하반기에 실시됐으나 2013년부터는 4월에 열렸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바다-센터' 소장 례프 구드코프는 크렘린궁이 국민과의 대화 행사 시점을 돌연 연기한 것은 지난달 말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6일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전국 80여 개 도시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모스크바에서만 1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해 1천여 명이 경찰에 연행했다.
지난 2011~12년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날 전국 동시 다발 시위는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대표적 야권 지도자 나발니가 지난달 초 발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가 촉발제가 됐다.
나발니는 보고서에서 메드베데프 총리가 국내외에 대규모 부지, 고급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가 공직자 월급으론 생각할 수도 없는 고가의 자산을 축적한 배경을 조사할 것을 요구하며 지지자들에게 저항 시위를 촉구했다.
구드코프는 "부패 문제는 아주 폭발성을 가진 사안으로 메드베데프 총리뿐 아니라 푸틴 대통령에게도 그림자를 던진다"면서 대통령이최대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공직자 부패 문제에 답하기가 곤란해 국민과의 대화를 연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지 정치분석가인 콘스탄틴 칼라체프는 부패 문제 때문이 아니라 내년 대선 선거운동 준비 차원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연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크렘린궁이 국민과의 대화를 선거운동 개시 계기로 삼으려 한다"면서 "선거 전략을 마련해 극적 연출을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해 4기 집권을 시도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으며 극적 이변이 없는 한 그의 당선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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