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평화의 소녀상'목사·세월호 유족의 만남…위로와 공감

입력 2017-04-03 17:04
호주 '평화의 소녀상'목사·세월호 유족의 만남…위로와 공감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의 들어서도록 한 호주의 저명 인권운동가와 세월호 참사로 고교생 딸을 잃은 부부가 만나 위로와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3일 호주 시드니 한인 밀집지 스트라스필드 인근의 애시필드연합교회에서는 이 교회의 빌 크루스 목사와 세월호 침몰로 단원고 2학년생이던 딸 문지성 양을 잃은 문종택·안명미 씨 부부가 자리를 함께했다.



문 씨 부부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뉴질랜드와 함께 시드니를 비롯해 멜버른과 브리즈번 등 호주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 초청 간담회 및 추모 행사에 참석 중이다.

인권 운동과 함께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 크루스 목사는 일본 측의 연합교회 교단과 호주 당국 등을 상대로 한 집요한 방해 공작에도 지난해 8월 자신의 교회에 소녀상을 세우도록 했다. 당시 북미 밖 지역에 세워진 첫 소녀상이었다.

3년 전 세월호 침몰과 함께 최근 인양 소식을 알고 있다는 크루스 목사는 "딸이 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그곳으로 떠날 때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며 "아버지와 딸의 특별한 관계를 이해한다"고 아빠 문 씨를 위로했다.

이에 문지성 양의 엄마 안 씨는 "딸도 마지막에 아빠에게 전화했다. 아빠가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크루스 목사는 "그랬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안 씨는 또 "교회에 들어올 때 많은 노숙자를 보고 따뜻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교회 안에 소녀상이 있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안 씨는 앞서 한겨울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했을 때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더 춥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호주의 소녀상으로부터는 한국과 달리 마음이 따듯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크루스 목사는 자신의 교회에 소녀상을 세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노숙자들이 소녀상을 돌보고 있고, 비가 오면 우비도 씌워주곤 한다"고 말했다.

애시필드연합교회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노숙자 등 빈곤층 수백 명에게 매일 점심을 제공한다.

문 씨 부부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말고 기도해 달라며 희생자 가족이 손수 만든 뜨개질 찻잔 받침을 전달했다. 또 세월호 리본을 크루스 목사에게 직접 달아주기도 했다.

크루스 목사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와 아주 가까운 사이로 2주 후 그를 만나기 위해 출국한다며 그에게도 뜨개질 찻잔 받침과 세월호 리본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크루스 목사는 마지막으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향해 "한 나라의 고통은 모두의 고통으로, 우리는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한다"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문 씨 부부는 크루스 목사를 만난 뒤 "뉴질랜드와 시드니에 와서 따듯한 마음들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나오기 전에는 해외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