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위협속 잇단 체육교류…화전양면 전략?

입력 2017-04-04 05:00
수정 2017-04-04 08:01
北, 핵·미사일 위협속 잇단 체육교류…화전양면 전략?

과거에도 스포츠 교류는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진행

대북 소식통 "유화적 측면 강조에 현혹돼선 안돼"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이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를 노출하면서도 남북 간 스포츠 교류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략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2018 아시안컵 예선전(4.3~11)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3일 오후 평양에 입성했다.

남한 선수단의 방북은 북한이 2015년 8월 제2회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출전한 강원도 유소년 팀의 방북을 허용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앞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겸한 세계여자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일 한국 땅을 밟으면서 남북 간 스포츠 교류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오는 6일과 7일 연이틀 아이스하키(강릉)와 여자축구(평양)의 남북대결이 예정돼 있어 스포츠팬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남북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등은 북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을 응원하고 있고, 통일부는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북한의 거듭된 핵 실험으로 빙하기를 맞은 남북교류에도 봄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군사적 상황에 영향받지 않고 남북 간 스포츠 교류가 이뤄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향후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스포츠대결이 잇따라 열리는 데 대해 "우연의 일치로, 남북교류와는 관계없는 국제스포츠 행사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얼어붙은 남북관계와는 관계없이 남북 간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예정대로 진행해 왔다.

북한이 남한 선수단에게 마지막으로 문호를 개방한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가 열린 2015년 8월은 북한이 목함지뢰 도발을 감행한 직후였다.

또 북한이 2013년 7월 여자 축구대표팀을 서울에 내려보내 동아시안컵 여자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당시도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이 남북 간 스포츠 이벤트와는 무관하게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화전양면' 전략을 구사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풍계리 일대 최근 움직임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등을 계기로 이전과는 다른 규모로 핵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택일만 남겨놓고 있다"면서 "스포츠 교류를 내세워 북한이 유화적 측면을 강조하는 데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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