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銀 인플레목표 2% 유효한가…美 5년만의 달성에 의구심 제기

입력 2017-04-03 16:56
중앙銀 인플레목표 2% 유효한가…美 5년만의 달성에 의구심 제기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중앙은행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목표치 2%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결정시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2.1% 상승하면서 2012년 3월 이후 거의 5년 만에 처음 인플레 목표치 2%를 넘어서면서 이코노미스트와 중앙은행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목표치를 엄격히 지켜야 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올들어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2.0% 올라 1년여 만에 중기물가안정목표 2%를 충족했다.

오랜 기간 저물가와 저금리에 시달린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당분간 또는 영구히 2% 이상 상승하는 것을 용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 물가급등에 놀란 뒤 물가목표치를 건전한 통화정책의 핵심원리로 여기기 시작했다.





1990∼2000년대에 걸쳐 다수의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치를 2%로 정했다. 이는 투자결정이나 임금협상을 하기에 지나치게 높지 않으면서도 금리를 조정하기에 지나치게 낮지 않은 적당한 수준으로 간주돼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가가 바뀌었다.

고물가 대신 오늘날 중앙은행들은 고령화와 저성장, 저축률 상승에 직면했다. 이는 모두 금전 거래와 경제 전반이 균형 잡힌 수준에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중립금리를 끌어내리는 현상이다.

중립금리가 낮으면 단기금리를 통해 경제를 운용하는 중앙은행들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앙은행들은 경제가 과열될 때는 금리를 올려 속도를 늦추고, 경제가 위축될 때는 금리를 내려 속도를 높인다.

만약 중립금리가 너무 낮으면 중앙은행들은 경제가 위축될 때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려야 하게 돼 정책운용의 여지가 사라지게 된다.



마이클 카일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선임 고문과 존 로버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기준금리는 전체의 40%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제로(0)금리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아울러 연준이 경제성장률이 높은 시기에는 연 3%에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률이 치솟는 동안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 생산량과 임금이 상당히 오르게 돼 지난 10년간의 물가와 경제 침체 여파를 만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준은 이미 지난 3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목표치 2%는 유지하면서, 현행 목표치가 균형 잡혔다고 평가해 일시적인 물가목표치 초과 달성이나 하회는 용인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 이상 올라가는 때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넘어설 것이라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2%인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 안팎의 밴드 형태로 바꿀지 고심 중이다.

연준 내에서는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물가목표치 개편의 강력한 지지자로 나섰다.

옐런 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초저금리라는 뉴노멀에 맞게 재정통화정책 개편을 촉구하면서 물가목표치를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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