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 쿠웨이트 신도시 마스터플랜부터 총괄
해외건설, 단순 수주에서 투자형 개발사업으로 체질전환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우리 건설업계가 처음으로 해외 신도시 개발 사업에 마스터플랜 수립 단계부터 참가하며 단순 도급 수주라는 해외건설 사업의 틀을 깼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코리아 컨소시엄'이 추진하고 있는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 조성 사업은 기존 해외 건설공사 수주 사례와 확연히 다르다.
지금까지는 건설사들이 외국 정부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는 식이었다면, 이번 사업은 정부간 협력 모델이 먼저 구축된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투자를 같이 유치하면서 공사에 전방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LH는 압둘라 신도시 개발사업의 총괄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쿠웨이트 정부와 사업비 조달을 위한 공동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한다는 점에서 사업을 주도하는 전략적 동반자의 지위를 얻었다.
국토부가 쿠웨이트 정부에 한국형 신도시가 잘 정착되려면 도시계획에 LH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설득한 결과 LH가 사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동조정위원회'가 설치됐다.
이에 따라 타당성 조사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본 공사가 진행되면 우리 건설 기업들이 시공사로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어차피 신도시의 콘셉트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본 공사 수주에 우리 건설사들의 전망이 밝은 상태였다.
신도시 택지개발과 3천 가구 시범 거주단지 사업비만 총 40억 달러(4조4천억 원)로 예상된다. LH와 쿠웨이트 정부는 내년 중 공동 SPV를 구성해 사업비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H는 건설 투자자와 금융 투자자를 모집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서 SPV에 참여할 예정이다. 쿠웨이트 측에서도 국책은행 등이 SPV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웨이트는 현재 압둘라 신도시를 포함해 9개 신도시를 추진 중이다.
압둘라 신도시 외에 마스터플랜 용역자가 결정된 곳은 미국 업체가 선정된 1곳에 불과해 우리 건설업계는 나머지 7개 신도시 사업 진출에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
1가구 1주택 정책이 추진되는 쿠웨이트에서 안정적인 주택공급은 정부의 중요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주택신청 대기자가 11만 명이지만 주택공급은 연간 평균 1천800가구에 그친다.
국토부는 마스터플랜 용역대금(433억 원)에 타당성 조사 비용이 포함돼 있어 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 부족으로 중도 무산돼도 우리 건설업계는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사업부지가 국유지라 토지매입 비용이 없고 전력과 상하수도, 간선도로 등 기반시설 건설을 모두 쿠웨이트 정부가 부담하며 분양 책임도 현지 정부에 있어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LH는 신도시 내에 해수 담수화 기술을 적용한 인공호수를 짓고 중심부에는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할 모스크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쿠웨이트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신도시가 성공적이지 못해 우리나라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고, 이번에 한국식 분양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