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로·핏빗 베낀 중국 브랜드들도 카피캣에 쫓긴다

입력 2017-04-03 13:49
고프로·핏빗 베낀 중국 브랜드들도 카피캣에 쫓긴다

선전의 전자기기 업체들 성숙기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중국 남부 선전 시내의 화창베이 전자상가는 개인용 반도체 칩에서 전자 드럼, 호버보드까지 모든 것을 파는 곳으로 전자기기 마니아들의 천국이다.

또한 고프로(GoPro)나 핏빗(Fitbit) 같은 미국 IT 기업의 위기를 초래한 곳이기도 하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서치회사 라디오프리모바일의 창업자 리처드 윈저는 "(고프로와 핏빗 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선전"이라면서 "선전에서 만드는 카메라는 훨씬 값이 싸면서도 품질은 그만큼 좋고, 드론은 더 낫다"고 말했다.

화창베이 내 고프로 매장의 맞은편에서는 이름 없는 액션 카메라를 200 위안(약 3만2천원)에 판다. 세 걸음만 가면 있는 고프로의 카메라는 3천395 위안(약 55만원)이다. 고프로의 점원은 "사람들은 (맞은편의 제품을) 재미로 살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 것은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과 맞닿은 어촌에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선전에서 품질은 더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휴대전화(화웨이), 드론(DJI)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넘보고 있다.

SJ캠과 iWOWN은 고프로와 핏빗을 각각 따라 했다. SJ캠의 창업자 장훙빙은 "우리의 큰 목표는 고프로를 추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웨어러블(wearable) 기기 시장 1위 업체인 핏빗의 부상을 목격한 글렌 주는 2012년 iWOWN을 세웠다. 이 회사는 다른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다 2014년부터 자체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팔기 시작했다.

iWOWN은 현재 손목밴드의 80%를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외국에서 판매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2배 넘는 1억6천만 위안(약 260억원)이며 순이익률은 10%다.

반면 핏빗은 지난해 1억280만 달러(약 1천100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매출은 22억 달러(약 2조5천억원)다.

iWOWN의 주는 자사의 장점이 가격 대비 성능이라고 말한다. 자사 제품이 핏빗에 뒤졌다는 점은 그도 인정한다. 하지만 더욱 많은 기능 덕분에 최신 제품의 판매 가격을 이전의 2배인 200위안으로 올릴 수 있었다.

전자 제조업 컨설턴트인 앤드루 황은 "일부 카피캣은 거대 브랜드를 심각하게 위협할만한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른 카피캣들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고 그는 덧붙였다.

선전의 기기 제조사들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뚜렷한 징후는 이들 업체도 모조품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 스마트폰 1위에 올랐다가 지금은 치열한 경쟁 속에 성장 둔화에 부닥친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은 시장에서 팔리는 자사 휴대전화의 30∼40%가 가짜라고 지난달 불평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껍데기는 진짜 같지만, 기능은 형편없다. 가격은 우리 것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면서 "이들 제품은 우리 매출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중간 가격의 충전기로 벨킨이나 로지텍과 경쟁하는 앵커(Anker)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자오둥핑은 "우리는 카피캣(모방) 문화의 피해자다. 다른 업체가 우리의 포장과 디자인, 색상, 이미지를 베낀다"고 말했다.

SJ캠도 카피캣 때문에 지난해 매출이 100만대로 6분의 1가량 감소했다. SJ캠의 토니 소사냐는 "중국은 이제 지식재산권 강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혁신의 동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업체들은 새로운 제품과 기능으로 미국 브랜드를 넘어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애프터 서비스를 위한 지원센터를 각국에 설립하고 있다. 앵커의 연구개발(R&D)비는 매출의 3%이며 SJ캠은 10%를 R&D에 쏟고 있다.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제품이 올라있는 앵커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기능 알렉사를 지원하는 Eufy 브랜드로 미국과 일본에서 스마트홈 제품을 출시했다. 이 회사 엔지니어들은 차량용 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SJ캠은 액션 카메라를 넘어 차량용 카메라와 경찰이 쓰는 것과 비슷한 민간 용도의 보디캠으로 확장하고 있다.

kimy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