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벌타 '날벼락' 톰프슨 '눈물의 라운드'…연장전서도 눈물(종합)
규정 위반 사실 전한 경기 위원 "오늘 밤 잠 못 잘 것 같아"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렉시 톰프슨(22·미국)이 눈물을 흘리며 경기를 마쳤지만 끝내 기쁨의 눈물은 흘리지 못했다.
톰프슨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준우승했다.
유소연(27·메디힐)과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유소연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12번 홀(파4)이 진행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톰프슨은 3타 차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에 가까이 다가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바로 전날 3라운드 17번 홀(파3) 상황이 톰프슨의 발목을 잡았다.
톰프슨은 17번 홀에서 약 30㎝ 정도 되는 파 퍼트를 남겨뒀다. 바로 퍼트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톰프슨은 마크했다가 다시 공을 놓고 퍼트했다.
그러나 이때 톰프슨이 공을 들었다가 놓는 과정에서 약 2.5㎝ 정도 홀 쪽으로 가까운 곳에 놨다는 TV 시청자의 이메일 제보가 대회 마지막 날 접수된 것이다.
결국, LPGA 투어는 이 사안을 검토한 끝에 벌타를 부과하기로 하고 톰프슨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톰프슨이 12번 홀에서 보기를 한 직후였다.
톰프슨은 공을 마크한 지점이 아닌 홀에 가까이 놓았다는 이유로 2벌타, 스코어 카드를 잘못 작성해 제출한 이유로 2벌타 등 총 4벌타를 한꺼번에 받았다.
3타 차 단독 선두는 12번 홀 보기까지 더해 5타를 순식간에 잃으면서 5위로 순위가 둔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골프 규정 개정으로 인해 이런 경우의 스코어 카드 오기는 2벌타에 그치게 됐다는 점이다.
규정 개정 이전이라면 스코어카드 오기로 인해 곧바로 실격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전날 3라운드를 마치면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스코어카드를 냈기 때문이다.
톰프슨은 처음에 "농담 아니냐"고 되물었다가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수시로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잡은 TV 카메라를 통해서는 톰프슨이 자주 눈가를 훔쳐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마음을 가다듬은 톰프슨은 이어진 13번 홀(파4)에서 7m 가까운 긴 버디 퍼트에 성공했고 1타 차 2위였던 18번 홀(파5)에서는 이글 기회까지 만들어내는 등 다 잡았던 우승컵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18번 홀 약 4.5m 거리의 이글 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춰 서면서 톰프슨의 3년 만에 이 대회 패권 탈환도 물거품이 됐다.
연장에서 결국 유소연에게 우승컵을 내준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트위터를 통해 톰프슨을 응원하고, 대회장의 많은 갤러리가 대부분 톰프슨의 이름을 외치며 힘을 불어넣었지만, 메이저 대회 최종일 4벌타를 딛고 우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AP통신은 "유소연이 우승했지만, 우승 축하 세리머니는 조용하게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톰프슨은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며 "당시에는 전혀 그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 많은 팬이 응원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벌타 이야기를 듣고 캐디와 함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무엇보다 팬들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남은 홀들을 잘 치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이 대회 우승자인 톰프슨은 "오늘 이런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또 배우면서 더 발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쉬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톰프슨은 "고의로 공을 홀에 더 가까이 놓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그래도 끝까지 다시 경기에 임한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좋은 경기를 펼친 유소연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우승자에 대한 예의도 갖췄다.
톰프슨에게 규정 위반 사실을 전한 LPGA 투어 경기위원 수 위터스는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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