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수건짜기 흑자'…상장사 이익증가 불구 매출은 제자리(종합)

입력 2017-04-03 15:49
수정 2017-04-03 15:53
'마른수건짜기 흑자'…상장사 이익증가 불구 매출은 제자리(종합)

구조조정형 흑자…코스피 상장사 매출 0.8% 증가 그쳐

영업익과 순이익은 15.0%, 18.5% 각각 증가 '대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전명훈 기자 =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매출증가 등 외형성장보다 이익을 내는데 치중해온 '마른 수건 짜기' 덕분에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대형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닥 기업들은 외형과 이익이 모두 성장했으나 수익률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매출 '제자리걸음'…대기업 실적 부진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결산 상장법인 533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작년 연결 매출액은 1천646조원으로 전년보다 0.80% 증가했다.

소폭 증가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연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02%, 18.46% 늘어나 전년보다 나아졌다.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익 지표도 개선됐다.

작년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37%로 전년의 6.46%보다 높아졌다. 매출액 순이익률 역시 4.88%로 전년도 4.15%보다 개선됐다.

이는 기업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아 74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이 중의 49원을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매출액 비중 12.2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고 집계해도 양상은 비슷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0.83% 늘었고 영업이익,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6.46%, 18.16%로 집계됐다.

대형사들의 실적은 시장 평균보다 부진했다.

매출액 상위 20개사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 합계는 897조1천억원으로 전년도의 909조6천억원에서 약 1.37% 줄었다.

기업별로는 한국가스공사[036460](-18.98%), SK이노베이션[096770](-18.27%), 현대중공업[009540](-14.96%), 포스코(-8.78%), SK하이닉스[000660](-8.51%) 등 매출액 상위 20개사 중 10개사의 매출액이 감소했다.

영업이익 상위 20개사의 연결 영업익은 72조5천억원에서 80조8천억원으로 11.4% 늘어 조사 대상 코스피 상장사 평균(15.02%)에 못 미쳤다.

이들 10개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준 곳은 SK하이닉스(-38.59%), LG디스플레이[034220](-19.33%), 현대자동차(-18.31%), SK텔레콤[017670](-10.09%), 현대모비스[012330](-1.02%) 등 5개사였다.

김용구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정체는 글로벌 경기 환경 자체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아직 회복하지는 못했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대형 기업들 위주로 진행해 온 구조조정 덕분에 이익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를 필두로 산업재 종목들도 2010년 중반부터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며 "몇몇 기업에서는 아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앞서 진행한 체질 개선이 이익 개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매출액과 이익 모두 증가했으나 실속 면에서는 큰 발전이 없었다.

연결 매출액(6.37%), 영업이익(6.40%), 순이익(8.37%)이 비교적 고르게 증가한 데에 비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7%로 전년과 같았고 매출액 순이익률은 불과 0.05%포인트 오른 2.89%였다.

코스닥 상장사가 1천원짜리 상품을 판매하고 남긴 영업이익은 54원, 손에 쥔 돈은 30원이 채 안 됐다는 얘기다.

◇금융업종 수익 개선…코스닥 IT업종 부진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업종 실적은 개선됐다.

조사 대상 44개사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8조1천억원, 영업이익은 19조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9.4%와 4.0% 증가했다.

세부업종별로는 금융지주(19.6%)와 은행(11.6%), 보험(39.9%)의 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증권업(-27.7%)은 지난해 증시 부진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다른 업종들은 흐름이 갈렸다.

개별 기준으로 비금속광물(10.64%), 의약품(6.56%), 건설(6.27%), 의료정밀(4.53%), 서비스(4.40%), 음식료품(2.95%) 등 11개 업종의 매출액이 증가했고 전기가스(-5.76%), 기계(-5.56%), 운수장비(-4.83%), 전기전자(-2.11%), 철강금속(-2.11%), 화학(-0.85%) 등 6개 업종은 감소했다.

업종별 당기순손익은 철강금속이 전년도보다 50.99% 증가한 것을 비롯해 화학(49.94%), 음식료품(27.42%), 서비스업(24.33%), 운수장비(23.78%), 통신업(12.62%) 등의 흑자 폭이 커졌다.

이에 비해 건설업과 기계, 운수창고업은 적자가 이어졌고 의약품(-88.70%), 전기가스업(-64.50%), 비금속광물(-49.95%), 의료정밀(-34.57%) 등 업종은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정보기술(IT) 업종과 비(非) IT 업종의 희비가 엇갈렸다.

IT업종 392개사의 개별 기준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47%와 18.10% 감소했다.

이 가운데 IT소프트웨어·서비스 업종은 매출액이 6.91% 늘었으나 순이익은 11.47% 줄었다. IT하드웨어 업종은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5.27%와 32.17% 감소했다.

비(非) IT 업종 634개사는 매출액(5.94%)과 순이익(24.89%) 모두 늘었다.

제약업종이 매출액 12.0%, 순이익은 51.61% 증가했다. 이에 비해 전기·가스·수도, 금융업종은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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