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엘롯기의 산뜻한 출발…흥행 기폭제 되나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엘롯기(LG·롯데·KIA)가 2017년 프로야구 KBO리그를 산뜻하게 출발했다.
LG 트윈스는 지난 주말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KIA 타이거즈는 대구 방문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2승 1패를 거뒀다.
돌아온 이대호(35)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롯데 자이언츠는 NC 다이노스에 2승 1패를 수확해 지난해 15승이나 헌납한 '공룡'의 공포를 떨쳐냈다.
세 팀은 각각 삼성, SK 와이번스, 넥센을 불러들여 주초 홈 개막전을 치른다.
스토브리그에서 전력을 보강한 LG와 KIA는 한국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한 두산 베어스에 맞설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는 자유계약선수(FA)로 4년간 95억 원을 주는 조건에 왼손 투수 차우찬을 영입했다.
두산의 막강 선발진 '판타스틱 4'에 빗대 팬들은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류제국, 차우찬으로 이뤄진 LG 선발진을 '어메이징 4'로 부른다.
넥센과의 개막 3연전에 차례로 등판한 소사, 류제국, 윤지웅 세 선발 투수가 모두 1승씩 챙긴 점은 LG 마운드의 높이를 보여준다.
선발진의 안정을 발판삼아 LG는 지난해 4위 이상의 호성적을 노린다.
역시 FA로 4년 100억 원에 거포 최형우를 데려온 KIA도 쉬어갈 수 없는 타선을 구축했다.
나지완, 최형우, 김주찬, 이범호로 이뤄진 KIA 중심 타선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파괴력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국내 최고 타자인 최형우의 가세가 전반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는 데 이견은 없다.
최형우는 '친정' 삼성과의 3연전에서 9타수 3안타를 치고 3타점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2일 경기에선 윤성환에게서 좌월 솔로 아치를 뿜어 마수걸이 홈런도 신고했다.
롯데는 이대호를 빼곤 달라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일본과 미국을 거쳐 6년 만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는 주장 완장을 찬 4번 타자답게 3연전에서 10타수 5안타를 쳤다.
3월 31일 개막전에선 KBO리그 복귀 첫 안타, 타점, 홈런을 신고해 6년의 공백을 무색게 했다.
개인 성적보다 이대호가 더그아웃을 지키면서 동료에게 주는 유·무형의 효과가 더욱 크다. 상황에 맞는 타격 방법을 후배에게 알려주고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주장 이대호 덕분에 롯데는 집중력을 발휘해 NC를 넘었다.
상승세를 탔지만, 세 팀에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LG는 무릎 통증으로 빠진 허프, 어깨 재활 중인 마무리 임정우의 공백을 걱정한다. 세대교체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젊은 타자들이 꾸준한 타격감각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헥터 노에시, 팻 딘, 양현종을 빼곤 믿음직한 선발 투수를 찾지 못한 KIA는 마운드를 고민한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7-0으로 앞서다가 9-7로 겨우 이긴 사례, 3-16으로 대패한 사례에서 불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롯데의 고민도 투수진에 있다. 브룩스 레일리, 닉 애디튼 두 외국인 투수의 중량감이 경쟁팀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불펜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다른 팀보다 높은 것도 아니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구단이면서도 돌아가면서 꼴찌를 해 어느덧 팬들 사이에 동맹의 유대관계가 생긴 엘롯기.
사상 첫 관중 900만 명 시대 개척이라는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디딘 KBO리그의 흥행은 세 팀의 동반 활약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세 팀이 함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흥행 빅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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