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 시작…"좌파 여당후보 박빙 승리 예상"

입력 2017-04-03 00:11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 시작…"좌파 여당후보 박빙 승리 예상"

세다토스, 모레노 후보 52% 득표해 오차범위내 승리 전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가 2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좌파 집권 여당후보가 박빙의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천280만 명의 에콰도르 유권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한 국가연합당(알리안사 파이스)의 레닌 모레노(63) 후보와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들 상대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앞서 지난 2월에 실시된 1차 투표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으로 부통령을 역임한 모레노 후보는 39%를, 경제부 장관과 은행장 등을 지낸 라소 후보는 28%를 각각 득표했다.

에콰도르 선거 규정상 1차 투표로 대선 결과가 확정되려면 특정 후보가 유효 투표수의 과반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한 가운데 2위 후보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모레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1일 세다토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모레노는 52%의 득표율로 라소 후보를 제치고 당선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부동층이 16%에 달하는 데다 예상 득표율도 오차범위 내에 있어 실제 투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세다토스는 1차 대선투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디아그노스티코가 지난달 18일 내놓은 결과에서도 모레노 후보가 50.61%를 득표해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라소 후보는 36.72%의 표를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모레노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에콰도르 첫 장애인 대통령이 된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레노 후보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부통령을 지내고 2013년부터 3년간 장애인 담당 유엔특사를 역임한 바 있다. 그는 부통령 시절 장애인의 권리와 이익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모레노 후보는 1998년 허리에 강도의 총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으나 웃음 치료법으로 역경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대놓고 미국에 비판적인 발언을 마다치 않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 견줘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합리적 포용력이 있는 정치가라는 평을 듣는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그는 코레아 대통령이 추진해온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복지와 경제 정책 등을 승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장애인, 미혼모, 고령층에 대한 우대 정책을 비롯해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 어린이 영양실조 퇴치 등을 약속했다.

2013년 대선에서 코레아 대통령에게 패한 대선 재수생인 라소 후보는 경제부 장관과 방코 데 과야킬 은행장을 역임한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 2000년 빈곤과 소외 등에 항의, 봉기한 원주민들의 봉기로 권좌에서 쫓겨난 하밀 마우아드 전 대통령 집권 시절(1998∼2000년) 경제부 장관을 지내면서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1999년의 금융위기는 에콰도르가 예금 계좌를 동결하고 자국 통화로 달러를 채택하는 계기가 됐다.

라소 후보는 대선 기간에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4년 내 100만 개 일자리 창출,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권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변화를 호소했다.

2012년 6월부터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무는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거취도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모레노 후보는 체류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라소 후보는 취임 후 1개월 이내 추방할 계획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대선이 에콰도르 정치 지형 변화의 시발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코레아 대통령과 국가연합당이 지난 10년간 집권하면서 이른바 '시민 혁명'을 통해 일궈낸 빈곤감소와 불평등 격차 해소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2007년 이후 15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남미 우파 진영도 대선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지난 10년간의 호황이 끝난 뒤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등 남미에서 나타난 좌파 퇴조 현상이 에콰도르에서도 발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