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브뤼셀 멈추자"… 설문조사 통해 '반EU 감정' 부추켜

입력 2017-04-02 16:34
헝가리 "브뤼셀 멈추자"… 설문조사 통해 '반EU 감정' 부추켜

또 난민 문제 거론하며 전국적으로 대국민 캠페인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 정부가 반(反) 유럽연합(EU)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 묻는 설문조사를 전국에서 시작하는 등 또다시 '여론조사' 형태로 EU에 대한 반감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는 전날 '브뤼셀(EU 본부 소재지)을 멈추자(Let's stop Brussels)!'라는 제목의 설문 조사지를 전 가구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헝가리 정부는 기자회견에서 "위대한 결정과 투쟁이 헝가리 앞에 놓여 있다. (헝가리 국민이) 헝가리를 지지한다면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6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은 주로 난민 재정착, 법인세 인상 등 이민, 경제 정책 관련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한 헝가리는 그동안 EU 정책이 국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해왔다.

설문 중 하나는 "유럽에서 최근 잇따른 테러에도 불구하고 EU가 불법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며 응답자들의 견해를 물었다.

선택할 수 있는 답은 "불법 난민은 당국 결정이 있을 때까지 감시를 받아야 한다" "불법으로 들어온 난민이 자유롭게 헝가리에서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로 돼 있어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반대를 유도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법을 개정해 지난달부터 모든 난민을 국경 지대 컨테이너 수용소에 억류하고 있다. 이곳의 난민들은 망명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작년에도 EU의 난민 할당 계획에 반대하면서 개헌으로 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막대한 예산을 '여론조사' 방식의 개헌 캠페인에 쏟아붓고도 낮은 투표율 때문에 투표가 무산되는 정치적 패배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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