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영웅' 美 90대 노병 이름딴 구축함 명명식

입력 2017-04-02 15:30
'한국전 참전영웅' 美 90대 노병 이름딴 구축함 명명식

허드너, 장진호 전투서 전우 구출작전 '동체착륙 사투'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1950년 12월 4일 한국전 당시 장진호 전투에 투입된 미국 해군 조종사 토머스 허드너 중위는 동료 전투기가 적진 후방지역에 불시착하는 것을 목격했다. 불시착 지점을 선회하던 허드너 중위는 다친 동료 조종사가 조종석에 갇혀 불타는 기체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전투기를 불시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허드너 중위는 판단했다. 그는 전투기 바퀴를 내리지 않은 채 눈으로 뒤덮인 장진호 북서쪽 산악지역에 동체 착륙한 뒤 동료에게 뛰어갔다. 기체에 불이 붙어 구출작전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엔사인 제시 브라운 소위는 다행히도 살아 있었다. 그러나 조종실 문이 열리지 않아 구출할 수가 없었다. 허드너 중위는 우선 기체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타는 비행기 동체에 눈을 끼얹었다. 그리고 다시 자기 비행기로 돌아가 무전기로 절단기 공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결말은 좋지 않았다. 허드너 중위는 구조헬기 대원과 함께 도끼로 조종석 문을 열었으나 브라운 소위는 끝내 숨졌다. 허드너 중위에 관한 책 '헌신(Devotion)'을 집필한 전기 작가 애덤 마코스는 "허드너 중위가 한 행동은 전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용감한 개가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당시 이들은 중공군에 포위된 미 해병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모함 'USS 레이트호'에서 긴급 발진해 근접 항공 지원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브라운 소위가 몰던 전투기는 지상군의 공격을 받고 기체에서 기름이 새어 나와 적진 산악지대에 불시착했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군 최고의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허드너(92) 예비역 중령은 1일(현지시각) 미국 메인주 배스 아이언 워크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최첨단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호' 명명식을 지켜봤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눈보라 속에서 거행된 이날 명명식에는 허드너의 부인 조지아와 이들 부부의 자녀들과 친척들이 참여했다. 이국만리 한반도에서 안타깝게도 전사한 브라운 소위의 딸과 그의 동생 2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다른 명예훈장 수상자 2명과 예비역 해병대들도 자리를 빛냈다.

미국 미시시피주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난 브라운 소위는 미국 해군 역사상 첫 흑인 조종사였다. 백인인 허드너는 부유한 매사추세츠주 슈퍼마켓 주인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2명의 비행편대는 원초적인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서로 조화를 이뤘다.



브라운 소위의 동생인 플레쳐 브라운은 "두 사람은 비행 조종에 끌렸으며 비행하는 것을 사랑했다"면서 "내가 아는 허드너와 브라운은 같은 사람이며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부유했고 다른 한 사람은 목화를 따던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허드너 예비역 중령은 "조종사는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계산하며 집에 갈 수 있을지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 상황을 둘러봐야 한다"면서 "브라운 소위는 나를 쳐다보며 자신의 부인 데이지에게 정말 사랑했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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