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측 응원에 고개 숙여 답례

입력 2017-04-02 14:37
수정 2017-04-02 15:32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측 응원에 고개 숙여 답례

북한 선수단 관계자, 평창 참가 여부에 "두고 봅시다"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개막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뼈아픈 패배에도 자신들을 뜨겁게 응원해준 남측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북한은 2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개막전에서 호주에 1-2로 패했다.

북한은 1피리어드 7분 52초에 터진 김은향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1피리어드 16분 17초에 동점 골을 내준 데 이어 3피리어드 8분 56초에 역전 골을 허용하고 무릎을 꿇었다.

북한은 세계 랭킹 26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북한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이날 맞붙은 호주(28위)뿐이었다.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인 호주에 덜미를 잡힌 북한은 이로써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B(5부리그) 강등 위기에 처했다.





패배 뒤 고개를 떨군 북한은 그러나 곧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않았다. 선수들은 관중석 한쪽으로 향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가 구성한 '남북공동응원단'이 자리한 곳이었다.

남북공동응원단은 이날 북한의 경기 전 워밍업 때부터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반도 깃발을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을 외치며 기를 살렸다.

북한 선수단은 이에 보답하듯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 응원단 앞에 일렬로 서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손을 흔들거나 스틱을 흔들어 보이며 뜨거운 응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의 반응은 또 달랐다. 북한 선수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믹스드존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경기 소감을 묻는 한국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한 선수만이 "반갑습니다"라고 짧게 말하고 지나간 것이 전부였다.

북한 팀 매니저인 한호철은 선수단을 대표해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를 묻는 말에는 "두고 봅시다"라고만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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