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정치가, 주자는 철학자…경전 해석 방식 달라"

입력 2017-04-02 09:04
"다산은 정치가, 주자는 철학자…경전 해석 방식 달라"

한형조 한중연 교수 "정약용은 행동하는 경세가 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다산 정약용은 주자가 구축한 고전의 해석 체계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자 했죠. 두 사람은 경전 해석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어요. 주자가 철학자라면, 다산은 정치가였습니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다산이 주자학을 비판한 것은 잘 알려졌지만, 정약용이 주장한 정확한 논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설왕설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주자와 다산의 사상을 비교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정약용이 개혁방안을 정리한 책인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세상에 내놓은 지 200주년이 됐다. 다산은 조선 사회를 지배한 이론이라고 할 만한 주자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다산의 사상이 주자학에 반하는 것인지, 주자학을 계승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쟁이 여전하다. 하지만 그가 유교 경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경세(經世, 세상을 다스림)를 꿈꿨던 사실만은 분명하다.

한 교수는 "철학자는 명상적 유형과 행동적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며 "주자나 퇴계 이황은 전자, 다산이나 율곡 이이는 후자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화하자면 주자가 개인과 내면에 치중하는 데 비해 다산은 사회와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며 "논어에 대한 해석을 보면 주자는 논어의 맥락을 자신의 일상 위에서 재구축하고자 했고, 다산은 집요하게 발언의 맥락과 정황을 파고들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예시를 통해 주자와 다산의 차이를 설명했다. 누군가가 식초를 빌리러 왔는데, 집에는 식초가 없고 이웃집에는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주자는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조언한다. 괜히 이웃에 빌리러 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웃집에서 빌려다 주는 것은 선행을 노략질하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반면 다산은 이웃집에 가서 "내가 쓸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얻어서 빌려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신을 위한 정직보다는 복리 증진이 더 큰 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공자가 위나라 영공으로부터 진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군사에 관해서는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답한 것도 주자와 다산의 해석이 상이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주자는 공자가 무(武)를 싫어해서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여겼으나, 다산은 공자가 군사를 알았지만 승리할 확률이 낮다고 예상해 변명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다산에게는 사서삼경 전체가 정치학 개론서이자 사회적 인간에 관한 지침서였다"며 "인(仁)을 인간의 내면에서 찾는 주자와 인은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때 성립한다고 했던 다산은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산의 경전 해석에는 행동을 추구하는 경세가로서의 안목이 투영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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