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신의학회 "기후변화는 정신건강에도 막대한 타격"
극도의 기상이변, 각종 정서장애 초래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기후변화는 인간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막대한 타격을 준다는 경고가 나왔다.
2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운영하는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 등에 따르면,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지구 온난화와 점점 잦아지는 극도의 기상현상 등이 인간의 정신건강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
APA는 기후변화로 천식, 폐·심장 질환, 지카바이러스 같은 곤충매개질환, 가뭄에 따른 영양실조 등 신체적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악영향은 상대적으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점 등 때문에 덜 부각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와 산불 등 자연재해를 겪은 이후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재해로 일자리나 주택을 잃고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기통제력과 자율성, 안전하다는 느낌, 정체성 등의 상실감을 겪는다.
예컨대 2005년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쑥밭이 된 뉴올리언스 등에선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해당 지역 시민의 근 절반이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정서장애를 겪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또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한 지역 주민의 15%에서 외상성 스트레스장애(PTSD)가 발견됐다. PTSD는 충격적 사건을 겪은 뒤 지속적으로 공포감과 고통을 느끼며 각종 심리적·신체적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APA 보고서는 이런 정서적 문제는 자연재해만 아니라 대기의 질 악화, 가뭄, 폭염 등 다양한 기후 관련 변화로도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많은 사람을 절망감, 체념, 움츠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고 공동체의 사회구조와 정체성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취약해 정신·신체발달과 기억력 저하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을 무시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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