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유엔 정책은 보수성향 헤리티지재단 '작품'
헤일리 美대사 비서실장 그로브스 막후서 '입김'…GCF 지원중단도 주장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유엔 정책을 짜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전했다.
NYT는 이 재단의 연구원인 스티븐 그로브스가 외교 경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강력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로브스 연구원의 구상이 헤일리 대사가 내놓은 유엔 의제에 반영된 것으로 미뤄 앞으로도 정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로브스 연구원은 미국의 주권을 주장하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체결된 각종 국제협약에 강력히 반대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일단 미국이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미국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HRC 회의에서 반(反) 이스라엘 의제를 이유로 불참했고, 헤일리 대사는 아예 UNHRC를 '부패한 기구'로 비판한 바 있는데 모두 그로브스 연구원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로브스 연구원은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선 후 한 기고문에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유엔 산하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해 미국이 재정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또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협력하는 것을 맹렬히 비난했으며 대인지뢰 금지, 장애인 권리보호, 해양법에 관한 국제협약에도 비판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엔이 가장 우려할만한 대목은 그가 대량학살, 인종청소, 잔혹행위 등이 발생했을 때 유엔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해당 국가의 상황에 개입토록 하는 '보호를 위한 책임'을 통째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브스 연구원은 2008년 기고문에서 "이 원칙을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고 경솔하다"며 "미국이 이 원칙의 법적 구속력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건국의 아버지들이여러 대에 걸쳐 이룩한 미국의 독립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의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방침도 헤리티지재단 발(發)로 알려졌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이 사안별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나, 유엔 평화유지활동 비용 중 미국 분담률을 25% 미만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 등이 모두 이 재단 연구원들의 아이디어라고 NYT는 전했다.
그 첫 목표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 주도로 민주콩고에서 배치된 평화유지병력을 500명 정도 감축할 방침이다.
그로브스 연구원은 헤리티지 재단서 10년 정도 일했다.
헤일리 대사는 취임하며 외교관들로 구성된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에 10여 명의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직원으로 임명했는데, 그로브스도 그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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