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게이머 안 떠나는 이유는? 타인과 소통·情 때문

입력 2017-04-03 07:20
'만렙' 게이머 안 떠나는 이유는? 타인과 소통·情 때문

MMORPG 기록 분석…다른 이용자와 대화 많으면 게임 이탈률 낮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주류 게임 장르인 MMORPG(동시다중접속롤플레잉게임)를 서비스하는 게임사의 입장에서 최고 레벨을 달성한 '만렙' 이용자는 놓쳐서는 안 될 'VIP 고객'이다.

만렙 유저가 사용자층의 분위기를 선도하는 데다 아이템 구매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큰 손'인 경우가 많아 최대한 이들을 오래 잡아둬야 게임이 장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의 난관을 거의 다 해결한 만렙 유저가 계속 똑같은 게임을 즐기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의 소통'이 답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른 게이머와 많이 대화하고 어울릴수록 만렙 달성 뒤에도 계속 게임을 할 공산이 커진다는 얘기다.

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차미영 교수팀은 대만의 유명 MMORPG '페어리랜드 온라인'의 이용자 로그(플레이 기록) 6천만여 건을 분석한 논문을 '정보과학회논문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MMORPG는 하나의 게임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실시간으로 협업·경쟁하기 때문에, 사용자들끼리 채팅이나 귓속말 등 온라인 대화 기능을 쓸 수 있다.

차 교수팀은 유저가 이런 기능을 이용해 여러 사람과 활발히 소통한 기록이 많을수록 최고 레벨이 되고 나서 게임을 그만두는 경향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통계 분석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다른 게이머와 어울리고 교감하는 재미로 MMORPG를 해온 유저는 만렙 달성 이후에도 사회적 관계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MMORPG가 소통·교류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면 그만큼 만렙 유저를 오래 붙잡아둬 '롱런'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실제 국내 MMORPG 업계에서는 게임 내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야 작품이 잘 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상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작업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게임 업계의 관계자는 "'혈맹' '길드' 등 함께 플레이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 외에 오프라인 행사·게임 방송·SNS 연계 등 여러 경로로 유저들의 관계 구축을 돕는 것이 MMORPG 운영의 핵심 고민이 됐다"고 설명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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