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산은 보유 대우조선 주식, 추가 감자 못 한다"
"채무재조정 안 되면 P플랜 돌입"…감자 요구 일축
시중은행은 무의결 우선주 발행 요구…추가 감자 압박用
당국 계획대로 채무재조정시 산은 보유지분 56%·사채권자 17.5%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초롱 기자 =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추가 감자(減資)는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명확히 정리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산은의 감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2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대우조선 회사채를 들고 있는 기관투자자와 시중은행은 '대주주 책임론'을 내세우며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에 동의하기 위한 조건으로 산은의 추가 감자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 지분 79%를 보유한 산은이 추가 감자를 할 경우 사채권자와 시중은행은 출자전환 이후 주식가치가 늘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계획대로 채무 재조정이 진행되면 대우조선 보유지분은 ▲ 산업은행 56% ▲ 사채권자 17.5% ▲ 시중은행 13.5% 등으로 정리된다.
추가 감자 요구에 대해 금융당국과 산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면서도 내심 수용 가능성을 따져봤다. 그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가 감자 필요성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면 갔지 추가 감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강경한 것은 산은이 관리부실 책임이 있는 대우조선 지분을 이미 전량 소각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은은 지난해 12월 대우조선 주식 6천만주를 무상 감자 후 소각했다. 이는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산은 2조6천억원·수은 1조6천억원 지원)이 투입되기 전 산은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22%) 전량이다.
유상증자 형식으로 4천억원을 지원해 취득한 주식은 10대1 비율로 감자했다.
부실 책임이 있는 주식은 모두 소각했으며, 현재 산은 보유 주식 대부분은 2015년 10월 이후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지원한 신규 자금 일부(1조8천억원)가 출자전환된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 12월 산은의 출자전환으로 대우조선이 위기를 넘겨 지금까지 이해 관계자들이 혜택을 봤다"며 "산은이 출자전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이해 관계자에 대한 채무 재조정이 들어갔다면 채무 삭감(hair cut)은 물론 지금보다 더 큰 손실 부담을 져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된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이 '독박'을 써 시중은행·사채권자의 손실이 줄어들었는데, 신규 자금 지원분 4조2천억원에 대한 추가 손실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얘기다.
다만 금융당국은 수출입은행이 인수하는 대우조선 영구채 금리 인하와 시중은행의 무의결 우선주 발행 요구에 대해선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중은행이 무담보채권을 출자전환하면서 의결권 없는 전환상환 우선주를 받겠다고 요구한 이유는 현행법상 은행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 이상을 보유하려면 금융위 승인이 필요하다.
출자전환 이후 보유하게 되는 지분이 8개 은행을 다 합쳐도 15%가 안 되는데도 무의결 우선주 발행을 요구한 것은 '산은이 추가 감자를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산은 추가 감자나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중은행 지분율이 높아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다른 채권자들이 대우조선에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받는 상황에서 수은의 경우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영구채 인수로 자본확충을 지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지난해 연 3%대로 발행한 대우조선 영구채 금리를 1%대로 낮추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도 대우조선 채권 이자를 연 1%로 낮추는 만큼 수은도 비슷한 수준의 이자를 받으라는 주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수은이 법상 제약으로 출자전환이 아닌 영구채를 인수하게 돼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이해할 만하다"며 "대우조선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금리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자들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동의 여부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채무 재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며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본 후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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