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기권층 많으면 르펜 당선에 유리하다?
트럼프 당선 예측했던 佛학자 분석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오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기권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당선이 판가름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스캔들로 얼룩진 이번 대선전에 염증을 느낀 상당수 좌우파 주류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외면할 경우 르펜의 당선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해 화제가 됐던 프랑스 물리학자 겸 여론분석가 세르주 갈랑이 오는 프랑스 대선에서 기권율이 승부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하고 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전했다.
르펜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결선 상대 후보가 중도의 에마뉘엘 마크롱이든, 우파의 프랑수아 피용이든 상당한 표차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의 갈랑 연구원은 자신의 '과학적 분석'을 근거로 만약 르펜이 경쟁후보보다 20% 많은 지지자를 투표장에 동원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갈랑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만약 여론조사에서 르펜이 결선 투표에서 상대 후보에게 41-59로 패할 것으로 나타난 경우에도, 르펜이 자신의 지지자를 90% 이상 투표소에 동원하고 반대로 상대 후보의 동원율이 70%에 머무르면 르펜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곧 경쟁후보 지지를 표명해온 유권자 상당수가 기권할 경우 르펜 후보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만약 르펜 후보가 결선에서 상대 후보에 45-55로 불리하다면, 르펜 후보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85%를 기록하고 상대 후보 지지자 투표율이 70%를 기록할 경우 역시 르펜에 승산이 있다는 예측이다.
갈랑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마크롱과 피용을 둘러싼 여러 스캔들의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두 후보 지지를 표명한 유권자 상당수가 선거 당일 마음을 바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 후보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모호한 감정이 당일 기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목한다.
여기에 이전 주요 선거에서 극우 FN의 정계 진출을 봉쇄해왔던 초당적 좌우 연합전선의 결속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작용하고 있다.
좌·우파 양 진영은 과거 주요 선거에서 FN의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공화국 전선'을 내세우며 상대 당 후보에게 교차 투표를 해왔다.
그러나 보수 피용 후보의 경우 공금 횡령 등 스캔들에 휘말린 데다 영국식 대처주의 경제프로그램을 내세우고 있어 결선 투표에서 좌파 유권자들로부터 배척당할 가능성이 크다.
또 중도 후보 마크롱도 우파들이 싫어하는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후계자로 간주되고 있어, 누가 결선에 오르던 '공화국 전선'이 예전처럼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곧 결선에 오르지 못한 후보 지지자들의 표가 상당 부분 사장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르펜의 경우 양 후보보다 동기 부여가 확실한 지지 기반이 있어 안정적이라는 평가이다.
갈랑은 르펜의 현재 지지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승리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르펜 지지자들은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만 르펜을 싫어하는 유권자들 사이에는 열기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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