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반대법 완화 안 돼" 호주 상원 제동

입력 2017-03-31 16:33
"인종차별반대법 완화 안 돼" 호주 상원 제동

여당 "표현의 자유 억압" 주장, 야당 벽 못 넘어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인종차별적 표현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있는 인종차별반대법을 완화하려던 정부와 여당의 계획이 다시 무산됐다.

호주 연방상원은 30일 밤늦게까지 장시간 논쟁을 벌인 뒤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종차별반대법 수정안을 부결 처리했다고 호주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이 법의 18C 조항은 "인종을 이유로 불쾌하게 하거나(offend) 모욕하는 (insult), 또한 수치심을 주거나(humiliate) 위협적인(intimidate) 표현"을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이 조항의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는, 또한 수치심을 주는" 등의 단어들을 삭제하고 그 대신 "괴롭히는(harass)"이란 단어를 새로 넣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요 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해 녹색당과 다수의 무소속 의원 등이 자칫 인종차별적 표현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반대하면서 이 수정안은 다시 폐기됐다.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슬픈 날"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으나, 노동당 의원들은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한 승리라며 환영했다.

전임 정부인 토니 애벗 정부도 3년 전 18C 조항의 폐기를 추진하다 소수민족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포기한 바 있다.

여당 의원들을 포함한 호주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다문화주의 정착에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받는 인종차별반대법을 손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상하원 공동의 인권문제위원회마저 이들의 견해를 수용, 인종차별반대법을 개정하도록 하는 권고안까지 마련했으나 법 개정은 다시 물 건너갔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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