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역전 앞둔 한미 기준금리…질적 상황 더 나빠"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10년 만에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부채 확대 등으로 국내 경제 상황은 10년 전보다 안 좋아 자칫 자본 유출에 따른 충격을 더 크게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31일 내놓은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2005년의 데자뷔인가'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연말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1.25∼1.5%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내수경기 부진, 가계부채 확대, 부실기업 문제 등으로 인해 현 1.25% 수준에서 계속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말이면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8월에 걸쳐 두 차례 발생했다.
연내 기준금리가 역전된다면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면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시중금리는 이미 역전된 상태다.
지난 7일 현재 국내 국고채 금리는 5, 10, 30년물 모두 미국을 각각 0.049%포인트, 0.198%포인트, 0.729%포인트 밑돌고 있다.
한미 시중금리 역전현상은 2004∼2006년에 걸쳐 발생했고, 2015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지속 중이다.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축소되거나 연내 역전된다면 시중금리 격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10년 전보다 우리나라의 가계·기업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민간소비 위축 등에 따른 국내 내수경기 부진, 한미 간 경기 격차 확대 등 거시경제 여건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은 매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가계신용 조정이 일부 진행됐던 것과 달리 최근 가계와 기업부채 상황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나빠진 것도 위험 요인이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확대로 외환공급이 과거보다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변동성이 커진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보고서는 "한국경제는 자본 유출 우려에 대비해 거시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며 "가계부채의 양적 조정과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을 펴 가계의 소비 여력을 늘리고 효율적인 구조조정과 지원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 향상과 부채 상환 능력 제고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거주자에 의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내외 자본이동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단기 자본 유출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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