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정치 텃밭 TK '사필귀정'과 '연민' 교차
"법 앞에 만인이 평등"…"탄핵으로 이미 처벌받았는데"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추문에 휩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되자 그의 정치적 텃밭 격인 대구·경북에서는 "구속까지 해야 하나"와 "당연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시·도민은 무엇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지역 출신 전직 대통령이 또다시 수의를 입게 된 것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새벽에 뉴스로 구속 사실을 알았다는 회사원 김민기(58·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는 "설마설마했는데 구속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밝혔다.
김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어 박 전 대통령도 일단 귀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단번에 영장이 발부된 것은 다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들 등교를 준비하다 뉴스를 들은 주부 주모(42)씨는 "박 전 대통령은 지역 여성 자존심이었는데 구속까지 됐다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잘잘못을 떠나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모(44·여·대구 수성구)씨는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불의의 사고로 모두 잃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산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모습은 인생무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고 밝혔다.
대구 북구에 사는 박모(77·여)씨는 "사실상 수발할 가족도 없는 사람을 굳이 구속까지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안동시민 김기섭(74)씨는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당한 것으로도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처벌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라며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이 사필귀정이라며 국정 혼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달성군에 사는 직장인 전모(31·여)씨는 "이로써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며 "박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반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이철영(46·대구시 북구)씨는 "누구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증거를 없앨 우려가 크면 구속하는 게 당연하다"며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되는 후진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기민(33·여·안동시)씨는 "국가 최고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해 나라를 어지럽힌 무능한 대통령을 구속한 것은 마땅하다"며 "박 전 대통령은 자기가 저지른 일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배창호(49·대구시 북구) 씨는 "국난에 가까운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한마디 사과도 인정도 하지 않고 국민 상실감을 외면한 것 등으로 보면 구속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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