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관료·재벌·노동단체·언론이 기득권을 가졌다"(종합)

입력 2017-03-31 09:58
"50년간 관료·재벌·노동단체·언론이 기득권을 가졌다"(종합)

박성택 中企중앙회장 "정부 대기업 편들기 중단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다음 정부는 대기업 편들기를 그만두고 공정하게 시장을 감시하는 역할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까지는 아니더라고 최소한 대기업 편들기만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 50년간 정부는 대기업 지원 정책을 펼쳐왔으며 중소기업은 돈과 사람에게서 소외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조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앞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기업의 고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에서 10년간 380만 명 고용이 증가할 때 대기업은 32만 명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았나"

그는 몇 개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에 의존하는 현재 한국 경제 틀로는 미래 4차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 전환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며 기동성 있는 중소기업이 경제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대마불사다. 대우조선해양에도 수조 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회생하지 못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물으며 "대우조선 지원 금융이 다른 쪽으로 가서 서비스 활성화나 4차 산업 준비에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 회장은 또 "지난 50년간 관료와 재벌, 노동단체, 언론, 이익단체가 기득권을 갖고 있지 않았냐"면서 기득권 해체도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정치인과 관료들을 자주 만나면서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달 국회가 주 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자 "산업현장을 무시한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성 출신의 박 회장은 LG그룹에 입사해 근무하다 1990년 건자재와 골재 유통사인 산하 물산을 설립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해 레미콘과 아스콘 제조사인 산하와 위업개발 그리고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위업인베스트먼트 등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박 회장과 문답.

--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관료를 잇달아 만나 중소기업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데.

▲ 오늘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중소기업부 설치 등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시장경제 구축을 위한 7대 정책과제'를 설명했다. 정책과 공약이 잘 못 되면 나중에 고칠 수 없다. 시행착오를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바쁘게 다닌다. 의사가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엑스레이 촬영한 것을 똑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 정책 결정자도 마찬가지로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엑스레이를 갖고 있어야지 잘 못 되면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그 기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 국회가 주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려는 데 중소기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국회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자 한다. 일자리는 당연히 늘려야 하지만 시간 단축뿐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다른 시스템을 하나도 안 바꾸고 그것만 문제로 보면 안 된다.

-- 근로시간 단축 이외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인가.

▲ 노동도 시장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다. 직원 해고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노동 시간 단축만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파격적이다. 하지만 충격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근로시간을 30% 줄이자면서 강성노조는 임금은 보전해 달라고 하는데 기업에 그런 돈이 어디서 나오나. 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 청년실업률이 12.3%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수요·공급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 대기업 강성노조가 시장과 관계없이 노동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게 쌓여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62%까지 벌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천 달러(약 3천만원)인데 일부 대기업 직원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것이 정상인가. 연봉 1억원이 넘는 선진국형 대기업에 중소기업이 어떻게 맞출 수 있나.

--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언제나 중소기업 활성화를 약속하는데 박근혜 정부 중소기업 정책을 평가한다면.

▲ 초기에는 손톱 밑 가시 같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대기업 전속고발권을 확대하는 등 일부 긍정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임기 중반 경기 불황으로 관료와 정치권이 대기업에 다시 의존하면서 지난 50년간 지속한 대기업 지원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금융, 노동 분야 개혁도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 한국 경제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자고 주장해 왔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나.

▲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문제다. 지난 10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수 증감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이 380만 명(92.2%), 대기업이 32만 명(7.8%) 각각 늘었다. 같은 돈을 투입해도 중소기업 고용이 많이 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대기업은 자동화 등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우조선을 비롯해 대기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대마불사다. 정부가 다시 대우조선해양에 수조 원을 지원하는데 회생하지 못하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 대우조선으로 갈 금융이 다른 쪽으로 가서 서비스 활성화나 4차 산업 준비에 쓰여야 한다. 정부가 돈도 안되고 희망도 없는 업종에 투자하고 있다.

-- 차기 정부에 중소기업계가 요청하는 핵심사항은 무엇인가.

▲ 금융과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사업은 돈과 사람이 좌우한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돈과 사람에서 소외당했다. 정부는 대기업 편들기를 그만두고 공정하게 시장 감시를 해줬으면 좋겠다. 관료, 재벌, 노동단체, 언론, 이익단체 등 기득권도 해체해야 한다. 기득권이 너무 많다.

--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당선돼 4년 임기 가운데 절반이 지났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일을 할 것인지.

▲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 모르지만, 경제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여야 정치권 갈등을 줄이는 것이 내 역할이다. 이런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바른시장경제 정책과제'를 만들어 정치권에 전달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나가겠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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