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잠못이룬 시민사회 "사필귀정…국민앞에 사과해야"
촛불 단체 "봄맞이 선물"…보수 단체 "불행한 사태, 교훈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31일 새벽에 전해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소식에 시민사회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시민들은 전직 대통령이 또 구속됐다는 소식에 놀라면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 및 시민들은 "꼭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6시께 출근길 지하철 2호선을 탄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에 촉각을 세웠다.
출근하다 뉴스로 구속 여부를 확인했다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죄를 저지르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게 법질서의 기본"이라며 "앞으로 재판에서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28·여)씨는 "영장 결과가 궁금해선지 새벽 3시에 잠이 깨 출근 전까지 뉴스를 봤다"면서 "구속됐다는 소식을 막상 접하자 일국의 대통령이 구속 사유가 인정될 만큼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나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과 법원의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회사원 이모(42)씨는 "구속 자체가 죄의 유무를 가리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면서도 "한때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증거를 인멸하려 하거나 구속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에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유모(30)씨는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검찰이 제기한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증명됐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전 대통령도 구속된 만큼 다른 유력인사들도 죄보다 가볍게 처벌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편한 반응을 나타냈다.
보수 시민을 자처한 최모(59)씨는 "탄핵당했다고는 해도 전직 대통령이 도주한다면 그 자체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 될 텐데 꼭 이렇게 신체 자유를 제한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이모(53·여)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본인이 뇌물을 직접 받은 것도 아니고 내란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꼭 구속까지 했어야 했나 싶다"며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고 지지해 온 입장으로서 법원의 결정에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남정수 공동대변인은 "훌륭한 봄맞이 선물"이라며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상식적인 법원의 결정"이라고 평했다.
남 대변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곳이 감옥"이라며 "권력과 탐욕에 물들었던 박 전 대통령이 감옥 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사필귀정이자 권선징악"이라며 "명백한 커다란 잘못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마지막까지 부인하고 비호하고 있다. 이들은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전직 대통령이 탄핵에 이어 구속까지 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 안타깝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관행처럼 이어진 관치금융을 근절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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