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6년 만에 V3…여자배구는 IBK기업은행 천하
통산 3회 우승으로 여자부 최다우승 타이
김희진-박정아 건재, 삼각편대 방점 찍은 리쉘
(화성=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0-3, 0-3, 0-3.
지난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은 IBK기업은행에 악몽과도 같았다.
정규시즌을 우승하고도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현대건설에 사상 최초로 '무실세트 우승'을 넘겨줬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공격을 책임졌던 리즈 맥마흔이 손가락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외국인 선수 없이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IBK기업은행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당시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졌을 때도 상대를 축하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시상식에 선수들을 내보냈고, 그들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1년 뒤, 와신상담한 IBK기업은행은 정상 자리를 되찾고 창단 6년 만에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IBK기업은행은 30일 화성 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흥국생명을 3-1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IBK기업은행은 1차전을 내줘 그래도 무너지는 듯했지만, 내리 3경기를 잡는 저력을 보여줬다.
2011-2012시즌 리그에 참가한 '막내 구단' IBK기업은행은 불과 6년 만에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흥국생명·KGC인삼공사(KT&G 포함)와 함께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최다 타이를 이뤘다.
말 그대로 '신생 구단의 모범'이라고 할 만하다.
IBK기업은행은 리그 데뷔 두 번째 시즌인 2012-2013시즌 김희진-박정아 쌍포에 알레시아 리귤릭을 앞세워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가장 빠르게 우승한 팀으로 이름을 남겼다.
2013-2014시즌은 압도적으로 정규시즌을 우승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IBK기업은행은 2014-2015시즌 데스티니 후커가 '삼각편대'에 합류하며 다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IBK기업은행은 2015-2016시즌 준우승 이후 올해 정상을 탈환하며 2년에 한 번씩 우승하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갔다.
IBK기업은행의 힘은 창단 이후 팀을 굳게 지키는 '트윈 타워' 박정아와 김희진에서 나온다.
다른 팀 감독이 '둘이 한 팀에서 뛰는 건 반칙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국내 선수 중에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둘은 이번 시즌에도 맹활약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박정아와 김희진에게 '상처뿐인 영광'을 남겼지만, 이들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님에도 팀을 지탱했다.
챔피언결정전 MVP 리쉘은 박정아-김희진과 함께 '삼각편대'에 방점을 찍으며 우승을 이끌었다.
트라이아웃에서 6순위 지명권을 지녔던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날개 공격수로는 비교적 작은 키(1m 84)로 주목받지 못했던 리쉘을 선택했다.
그리고 리쉘은 정규시즌 득점 4위(742점), 공격 성공률 1위(44.19%), 오픈 공격 성공률 1위(44.53%)로 활약했다.
리쉘의 활약은 공격뿐만 아니라 비득점 부문에서도 돋보였는데, 리시브 4위(세트당 2.78개), 디그 7위(세트당 4.01개)를 기록한 '팔방미인'이었다.
여기에 '베테랑' 김사니와 남지연의 헌신은 팀을 하나로 묶었다.
김사니는 허리 부상으로 이번 시즌 아예 뛰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초인적인 노력으로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남지연은 평소 이정철 감독의 '호통'이 나올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맡았다.
이 감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2011-2012시즌부터 팀을 이끈 이 감독은 강훈련을 통해 IBK기업은행을 '신흥 강호'에서 '최다 우승팀'까지 끌어 올렸다.
특히 시리즈 분수령이 된 2차전 2세트 역전승 당시 이 감독은 김희진을 라이트로 돌리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게 적중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김미연과 이고은 등 팀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가 성장한 것도 소득이다.
이제 IBK기업은행의 목표는 강호를 넘어 명문 구단으로 도약이다.
IBK기업은행은 'V3'로 그 반석을 닦았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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